[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라온 자체가 기적이지!"
오랜만에 만난 '헐크' 이만수 전 감독의 얼굴은 온통 웃음으로 가득했다.
이만수 전 감독이 이끄는 라오스 야구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의 샤오싱 야구체육문화센터 제 2구장에서 첫 현지 훈련을 치렀다.
사령탑은 김현민 전 진영고 감독. 말이 선수단장이지 이만수 본인도 코치나 다름없었다. 선수 한명한명을 붙들고 디테일한 타격기술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이 전 감독이 평소 말해온 대로 라오스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어리고, 프레임이 가늘었다. 훈련하는 모습만 봐도 야구 경험 부족이 엿보였다. "선수 만들어놓으면 생계 때문에 야구를 그만둔다. 1~2년 야구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는 탄식대로였다.
하지만 라오스는 이 같은 빈약한 선수층으로 아시안게임 예선 돌파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태국에는 1대4로 패했지만, 싱가폴을 8대7로 잡고 조 2위를 차지한 것. 첫 출전이었던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태국에 0대15로 박살나던 팀이 이만큼 발전했다. 이 전 감독이 2014년 이래 라오스 야구 보급을 위해 몸바쳐온 10년이 아깝지않은 기적이었다.
현실적으로 다음 스텝은 어렵다. 라오스는 일본, 중국, 필리핀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이 전 감독은 "기왕이면 한국과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부턴 콜드게임"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농담과 웃음 속에도 자식 같은 선수들을 바라보는 뿌듯함과 만족감은 보는 이에게도 깊게 와닿았다.
장차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에 야구를 퍼뜨리고는게 그의 꿈이다. 이 단장이 씨를 뿌린 라오스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이날 이 단장은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과도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삼성 라이온즈 원년 멤버와 1987년 첫 1차 지명, 두 사람은 입단 5년차 선후배 사이다.
류 감독은 "정말 오랜만에 이만수 선배를 봤다. 일단 라오스 1승 축하하고, 아시안게임(본선) 첫 출전도 축하한다"면서 "옛날 이야기도 하고 아주 좋은 시간을 가졌다"며 껄껄 웃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