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짜요'의 파도가 현장에 어지럽게 몰아쳤다. 이악문 한국 남자 플뢰레 검객들의 칼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남자 펜싱 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플뢰레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에 45대38로 승리, 감격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플뢰레는 펜싱의 3종목 중 득점이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꼽힌다. 몸통만 타점으로 인정되며, 검끝으로 정확히 찔러야 점수로 인정된다. 또 우선권이 존재하지만, 동시타로 인정되는 시간 범위도 넓어 근접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이 돋보인다.
한국은 개인전에선 뜻밖의 '노메달' 부진을 겪었다. 임철우와 이광현이 개인전에 나섰지만, 임철우는 16강, 이광현은 8강에서 각각 탈락했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45년만의 개인전 노메달 굴욕이었다.
때문에 단체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하태규 허준 이광현 손영기로 이뤄진 대표팀이 홍콩을 꺾고 이 종목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다.
준준결승에서 태국에 45대29의 압승을 거뒀고, 준결승에서도 홍콩을 꺾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결승에 임하는 중국의 기세도 매서웠다. 한국이 4년전 멤버 중 3명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당시 동메달을 땄던 중국은 멤버 4인이 모두 바뀌었다. 준결승에서 이 종목 최강팀으로 꼽히던 일본을 1점차(45-44)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경기 초반은 중국의 페이스였다. 한국은 이광현이 첸 하이웨이를 상대로 4-1로 앞서다 4-5로 역전당한 채 1라운드를 마쳤다.
이후 다소 기세를 내준채 11-15까지 끌려가던 한국은 4라운드 들어 이광현이 힘을 내며 18-20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5라운드 들어 거듭된 경합에서 잇따라 중국의 득점이 선언되며 다시 20-25까지 벌어졌다. 현장은 '중궈른, 짜요(중국인 힘내)'를 외치는 홈팬들의 목소리로 사면초가였다.
하지만 한국 펜싱의 검끝은 오히려 뜨겁게 타올랐다. 일본 격파의 선봉에 섰던 우빈을 상대로 허준이 기적 같은 몰아치기를 선보이며 무려 6연속 득점에 성공, 27-27 동점으로 6라운드를 마쳤다. 일진일퇴 공방이 펼쳐진 7라운드도 33-33 동점으로 끝났다. 8라운드 이광현이 우빈을 상대로 잇따라 득점하며 40-36 리드를 잡았다.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허준은 라운드 초반 발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첸 하이웨이를 상대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승리를 지켜내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