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162경기에 이르는 페넌트레이스와 10월 포스트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선발진 대부분이 부상에 시달리거나 부진했기 때문이다. 훌리오 우리아스, 더스틴 메이, 클레이튼 커쇼, 노아 신더가드, 마이클 그로브로 시작된 다저스 로테이션은 시즌 초부터 흔들리더니 5월 이후 심한 변화를 겪었다.
메이는 5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네소타 트윈스전을 끝으로 팔 부상을 입고 토미존 서저리를 받아 시즌을 조기 마감했고, 신더가드는 손가락 물집 이슈와 부진으로 인해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16을 마크한 뒤 지난 7월 말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커쇼는 올해도 부상자 명단(IL)을 피하지 못했다. 7월 1일 어깨 통증이 도져 40일간 IL 신세를 져야 했다. 다행히도 커쇼는 23경기에서 13승4패, 평균자책점 2.42의 호투를 펼치며 몸이 성할 때는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했다.
우완 그로브는 5월 사타구니 부상, 8월 옆구리 부상을 당한데다 피칭 내용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 24일 복귀해 불펜투수로 나서고 있다. 4월 말 로테이션에 합류한 토니 곤솔린은 20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 4.98로 역투를 이어가다 8월 말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역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가장 크게 애를 태운 건 우리아스다. 2021년과 지난해 사이영상급 피칭을 펼치며 올해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그는 5월 20일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한 달 넘게 재활에 매달리다 7월 초 복귀했지만, 들쭉날쭉한 피칭을 이어가다 가정폭력 혐의가 불거지면서 행정 휴식 명령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투수가 바로 루키 우완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24)다. 밀러는 지난 5월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러 5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위도 구위지만,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완급조절이 에이스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1실점 이하로 막으며 선발자리를 꿰찬 밀러는 이후 기복을 보이기는 했어도, 꾸준히 5~7이닝을 책임지며 로테이션을 축을 맡아줬다.
그가 또 한 번의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며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희망으로 떠올랐다. 밀러는 27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을 7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11대2 대승을 이끌었다.
밀러는 최고 100.0마일, 평균 98.5마일에 이르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삼진 9개를 잡아냈다. 4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을 과시했다.
경기 후 밀러는 "오늘 투구가 내 생애 가장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 스스로 조금 놀랄 정도다. 날 건강하게 유지해 준 우리 트레이너들 덕분"이라며 스태프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상대 콜로라도 사령탑 버드 블랙 감독은 "그가 던진 마지막 공은 99마일을 찍었다. 정말 좋은 팔과 훌륭한 팔을 갖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칭찬을 쏟아냈다.
밀러는 9월 들어 등판한 5경기 가운데 4경기를 3실점 이하로 막아냈다.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32⅔이닝 동안 36개의 삼진을 솎아내고 불넷은 6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1선발을 밀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MLB.com은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을 고민하게 될텐데 밀러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심은 없을 것'이라면서 "커쇼와 밀러가 1,2선발이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두 투수의 순서는 5차전 성사 여부, 상대가 누구냐, 몸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러는 이번 시즌 21경기에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3.89, 115탈삼진을 마크 중이다. 신인왕 후보로 떠오를 수도 있다.
다저스는 이날 더블헤더에서 1승1패를 기록, 97승60패를 마크했다. 남은 5경기에서 3승을 보태면 역대 7번째로 3년 연속 100승의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