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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스토리]"이것이 어펜져스!"아름다웠던 구본길VS오상욱 '우정의 결승', 포효 자제→뜨거운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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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과 오상욱(26·대전광역시청)의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은 훈훈하다 못해 아름다웠다.

25일 오후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이 열린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체육관은 적막이 흘렀다. 피스트 위를 밟는 두 선수의 스텝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검이 상대의 몸에 닿는 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한국 선수들간의 결승인만큼 예선, 토너먼트에서 연신 "짜요"(파이팅)을 외쳤던 중국 관중들도 숨 죽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점수를 획득했을 때마다 펼치는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로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보였다. 둘은 8강과 준결승에서 누구보다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상대와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했다.

전반은 팽팽했다. 구본길이 앞서나가고, 오상욱이 추격해 동점을 만드는 '시소싸움'이 계속됐다. 7-7 상황에서 오상욱이 득점을 추가해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부터 경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오상욱은 경험많은 대선배를 패기있게 몰아붙였고, 결국 내리 7점을 더 따며 경기를 그대로 15대7로 끝마쳤다. 오상욱은 "예전에 한번 결승에서 졌던 기억이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후반전에 (경기를)잘 풀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5년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에 14대15, 1점차 분패하며 우승을 놓친 바 있다. 준우승의 한을 풀기까지 5년을 기다렸다.

오상욱은 "본길이형에게 복수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고 했다. 구본길은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결승전은 한국 선수들끼리 경기한 거라 마음이 편했다. 금메달을 우리나라 선수인 오상욱이 따서 (은메달에 그친게)별로 아쉽지 않다"며 웃었다.

오상욱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4연패에 실패했다. 이날 구본길이 승리했다면 한국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4연패를 달성하는 선수로 등극할 수 있었다.

금메달을 두고 희비가 갈렸지만, 둘 사이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경기 후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가와 악수를 하고 뜨겁게 포옹했다. 그 순간 아쉬움과 기쁨은 잠시 잊은 듯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만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쳤던 오상욱은 "대회 전까지 회복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때 옆에 있는 동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며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다. 그 덕에 자신있게 경기를 뛸 수 있었다"고 구본길을 비롯한 팀 동료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펜싱코리아는 경기 다음날부터 다시 뭉친다. 이번엔 단체전이다.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 등과 함께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구본길에게 이번 단체전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대회 전 동료들에게 '개인전 금메달을 못 따면 나고야에 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다음 나고야 대회에 가서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한번 도전해보겠다. 다만 개인전은 욕심내지 않겠다"며 웃었다. 구본길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개인통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수가 6개로 늘어난다. 여기서 1개를 더 추가하면 기록 보유자인 수영 박태환, 펜싱 남현희(이상 6개) 등을 뛰어넘는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