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KT 위즈가 39세 최고참 내야수 박경수의 결승 투런포로 승리하며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 3연전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며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KT는 2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서 9회초 2사 1루서 박경수의 결승 투런포로 3대2로 승리했다. 이번 주말 3연전서 1패 뒤 2연승을 거둔 KT는 73승3무56패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2승7패로 좋지 않았던 KIA와의 3연전이라 걱정이 컸던 KT는 벤자민-쿠에바스-고영표의 에이스를 총 투입하며 2승1패를 거뒀다.
반면 KIA는 3연전 첫날 7연패를 끊어내긴 했지만 다시 2연패에 빠졌다. 22일 2대1로 이겼지만 23일 1득점에 이날도 2득점에 그치는 극심한 득점 부재에 시달리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이날 7회 4번타자 최형우가 박병호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어깨 부상을 당해 자칫 나성범에 이어 또한명의 중심타자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경기전 KIA 김종국 감독은 전날 선발로 나온 윤영철을 칭찬했다. 윤영철은 5이닝 동안 5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상대 선발 쿠에바스의 9회말 1사까지 노히트 노런 피칭으로 1대4로 패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5회까지 안정적인 피칭을 한 것은 5선발로서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김 감독은 "5이닝 2실점을 했는데 영철이가 초반에 실점이 높은 편이다. 1회만 넘어가면 안정적으로 가는데 어제도 실투로 홈런을 맞았다"면서 "그 뒤에 5회까지는 너무 잘던져줬다"라고 했다. 올시즌에 대한 평가도 기대 이상이다. 김 감독은 "영철이가 5선발이지 않나. 큰 부상없이 100이닝만 넘은 것만으로 대단하다. 지금까지 적응한 것도 너무 잘한 것이다"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남은 2번 정도의 등판도 잘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KIA는 이날 이창진(우익수)-김도영(3루수)-고종욱(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소크라테스(중견수)-김선빈(2루수)-김태군(포수)-황대인(1루수)-김규성(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눈에 띄는 타순은 3번 고종욱. 올시즌 타율 3할1푼2리(199타수 62안타) 2홈런 27타점으로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유형별로는 우투수에 3할2푼9리로 좋고 언더핸드 투수에도 3할2푼으로 우수하다. 좌투수에게만 7푼7리로 매우 취약한 편. 고영표와도 통산 타율 3할8리(26타수 8안타)로 좋은 모습이다. 올시즌은 1타수 무안타.
고종욱이 3번 타자로 나선 것은 지난 5월 16일 대구 삼성전(3번-좌익수) 이후 131일만이다. 올시즌 선발로 42경기에 나섰던 고종욱은 주로 2번에서 테이블 세터를 맡거나 6,7번에서 중심타선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었다. 이번엔 3번 타자로 나서 4번 최형우, 5번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왼손 클린업 트리오로 사이드암 선발 고영표를 공략하는 핵심 카드라고 봐야 할 듯.
KT 이강철 감독은 전날 9회 1사까지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주고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던 윌리엄 쿠에바스의 노히트 노런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추석 연휴에 KT가 경기가 없어 쿠에바스의 다음 등판이 10월 3일 수원 KIA전으로 잡혀 있어 열흘 정도의 충분한 휴식 시간이 있어 이 감독은 쿠에바스에게 120개까지는 던지게 할 생각이었다고. 8회까지 103개를 던졌으니 쿠에바스에겐 9회에 충분한 투구수가 있었던 것. 하지만 김도영에게 2구째 던진 투심이 가운데쪽으로 몰리면서 큰 3루타가 나와 대기록 달성이 무산되고 말았다.
KT는 이날 KIA 선발 양현종에 대해 조용호(우익수)-황재균(3루수)-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배정대(중견수)-장성우(포수)-김상수(유격수)-문상철(지명타자)-박경수(2루수)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1승1패를 나눠 가진 가운데 KIA 양현종과 KT 고영표의 국내 에이스의 대결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팀이 정해지는 상황.
양현종은 올시즌 24경기서 7승10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 중이다. KT전에선 6월 24일 등판해 6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된 적있다.
최근 타자들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7일 두산전서 0대3으로 졌고 13일 롯데전서 1대3으로 졌다. 19일 LG전에서도 3대4로 졌다.
고영표는 26경기서 12승7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LG 임찬규와 함께 국내 투수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162⅔이닝도 국내 투수 최다 이닝이다.
최근 피안타가 많은편. 그래도 2경기에선 실점을 최소화 하며 승리를 챙겼다. KIA전은 잘던지고도 운이 좋지 않은 편이다.
올해 3경기에 등판했는데 승리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5월 30일 광주 경기서는 허리 통증으로 2이닝 동안 4안타 3실점(2자책)을 해 1대6 패배로 패전 투수가 됐었고, 7월 8일 수원 경기에선 7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팀이 1점도 뽑지 못해 0대7로 패해 패전투수가 됐다. 8월 24일 수원 경기서도 7이닝 6안타 2실점(1자책)의 호투를 선보였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못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팀은 결국 3대7로 패했다. 고영표가 등판한 3경기서 KT는 모두 KIA에 지고 만 것.
올시즌 LG와 KIA에게만 승리가 없는 고영표에게 KIA전 첫 승 도전이다.
국내 에이스 맞대결 답게 투수전이었다.
KT는 양현종을 상대로 계속 두들겼으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을 상대로 점수를 뽑기가 쉽지 않았다. 1회말 1사후 황재균의 좌익선상 2루타가 나왔으나 3번 알포드가 삼진, 4번 박병호가 3루수앞 땅볼로 잡혔다. 2회초엔 5번 배정대의 볼넷과 6번 장성우의 중전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7번 김상수의 번트 타구가 높이 떴고, 이를 잡은 포수 김태군이 리드해 있던 2루주자 배정대를 아웃시키며 단숨에 2사 1루가 됐다.
3회초 선취점을 뽑았다. 선두 9번 박경수가 우전안타를 뽑은 뒤 폭투로 2루까지 갔고, 1번 조용호의 2루수앞 땅볼로 3루까지 안착. 2사후 3번 알포드의 가운데 담장 상단을 때리는 3루타로 쉽게 1점을 뽑았다. 하지만 박병호가 3구삼진을 당해 추가점은 실패.
4회초에도 6번 장성우의 2루타와 김상수의 내야안타로 1사 1,2루가 만들어졌지만 8번 문상철의 3루수앞 병살타로 득점 실패.
초반 숯한 위기를 잘 넘긴 양현종은 5회초와 6회초를 삼자범퇴로 넘기면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면서 6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47㎞의 직구를 절반에 가까운 46개 던졌고, 체인지업을 37개 뿌렸다. 여기에 슬라이더 7개와 커브 4개를 양념으로 넣었다.
1회초를 끝내면서 개인 통산 2300이닝을 돌파했다. 역대 KBO리그에서 송진우 정민철(이상 한화)에 세번째다.
아쉽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 되며 패전 위기에 몰렸다.
전날 쿠에바스를 공략못했던 KIA 타자들은 이날 고영표 공략에도 애를 먹었다.
1회말 1사후 전날 쿠에바스의 노히트를 깼던 김도영이 이날도 빠르게 고영표의 노히트를 깼다. 중전안타. 하지만 3번 고종욱의 2루수앞 병살타로 1회 종료.
2회말과 3회말 삼자범퇴로 고개를 숙였던 KIA는 0-1로 뒤진 4회말 2사후 3번 고종욱의 우전안타와 4번 최형우의 우중간 안타로 1,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팬들의 기대속에 타석에 나온 5번 소크라테스는 그러나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혔다.
5회말엔 선두 6번 김선빈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1사후 2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잡혔고, 6회말에도 1사후 1번 이창진이 볼넷 출루 후 2루 도루를 시도하려다 고영표의 견제에 협살로 아웃됐다. 2번 김도영이 안타와 2루 도루로 2사 2루를 만들었으나 3번 고종욱이 우익수 플라이로 잡혔다.
7회초 KT가 바뀐 두번째 투수 전상현을 상대로 추가 득점 기회를 얻었다. 1사 1루서 8번 대타 김준태와 1번 조용호가 볼넷을 골라 2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황재균이 친 초구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
7회말 선두 최형우가 다쳤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2루수 박경수의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는데 박경수가 이를 잡고 1루로 던질 때 1루수 박병호가 오른발로 1루를 밟을 때 달려온 최형우의 오른발과 서로 걸린 것. 최형우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왼쪽 어깨로 떨어졌고, 어깨쪽에 통증을 호소했다. 곧바로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와 지정병원으로 이동했다.
속개된 경기서 6번 김선빈의 좌전안타로 1사 1,2루의 찬스를 이어간 KIA는 아쉽게 7번 김태군의 유격수앞 병살타로 동점 기회를 또 놓쳤다.
선발 고영표는 여기까지. 7회까지 총 90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고 시즌 13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8회말 KIA가 바뀐 투수 손동현을 상대로 동점 기회를 다시 만들었다. 박영현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빠지면서 손동현이 올라왔는데 선두 대타 이우성이 3루 선상을 빠지는 2루타를 쳤다. 이어 김규성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KT 내야수들이 전진수비를 펼친 상태에서 1번 이창진이 친 타구가 공교롭게 2루수 박경수의 정면으로 굴러갔다. 2아웃.
그런데 2번 김도영의 타석에서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손동현의 초구가 손에서 빠지면서 백네트 쪽으로 날아가 버린 것. 3루 대주자 박정우가 천천히 홈을 밟아 1-1 동점이 됐다. 고영표의 13승, 양현종의 11패는 없던 일이 됐다.
9회초 2사후 8번 대타 이호연이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을 걸어나간 뒤 9번 박경수의 타석. 임기영과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30㎞의 가운데 낮은 직구에 방망이가 돌았고,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포가 됐다. 5년전인 2018년엔 25개의 홈런을 치기도 했던 박경수지만 올해는 하나의 홈런도 없었던 터. 갑작스런 올시즌 첫 홈런이 팀에 가장 필요한 순간에 터졌다. 376일만에 맛본 손맛이었다. 3-1.
KT는 9회말 마무리 김재윤을 올렸다. KIA도 마지막 힘을 냈다. 1사후 대타 한준수의 우익선상 2루타와 소크라테스의 3루 라인선상 행운의 안타로 1점을 뽑아 2-3, 1점차로 쫓았다. 이어 김선빈의 우중간 안타로 1사 1,3루의 동점 찬스가 왔다.
하지만 김재윤이 7번 김태군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8번 오선우를 루킹 삼진으로 끝냈다.
김재윤은 29세이브째를 기록하며 3년 연속 30세이브의 대기록에 세이브 하나만을 남겼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