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지만, 이미 아메리칸리그(AL) MVP를 확정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22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bWAR(10.1)과 fWAR(8.9) 모두 양 리그 통틀어 1위다. 팀별로 10경기 정도씩 남겨 놓고 있어 오타니가 역전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bWAR의 경우 8.0 이상이면 MVP급으로 분류하는데, 오타니는 전체 2위 LA 다저스 무키 베츠(8.1)보다도 2.0이 높다.
관심은 오타니가 과연 2021년처럼 만장일치 의견으로 MVP가 될 수 있느냐다. 2년 전 오타니는 1919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2년 만에 투타 겸업의 전설을 썼다는 평가를 받으며 투표 기자단 30명으로부터 모두 1위표를 받았다. 역사적이었고 신선했으며 만화같았다. 그해 오타니의 bWAR과 fWAR은 각각 8.9, 8.0이었다. 올해보다 낮았다.
따라서 오타니가 이번에도 1위표 30개를 독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bWAR에서 AL 2위 텍사스 레인저스 마커스 시미엔(7.0)보다 3.1이 높고, fWAR서는 2위 시애틀 매리너스 훌리오 로드리게스(6.0)에 2.0 앞서 있다. WAR이 MVP 선정 기준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워낙 압도적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즉 30명의 투표 기자들 중 누군가는 오타니에게 1위표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유격수 코리 시거 때문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이날 '텍사스 팬들은 정규시즌 2주를 남기고 질문 한 가지에 대해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코리 시거가 AL MVP 투표에서 1위표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부상은 차치하고, 그가 충분히 (MVP를)고려할 만한 결과를 얻었는가?'라고 했다. 적어도 텍사스 팬들은 오타니가 아닌 시거가 'MVP'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의 의견을 인용했다. 보치 감독은 "시거를 상대 입장에서 많이 봐왔지만, (지금은)매일 그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더 깊이 감사하고 있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있으면서 본 타자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MVP 자격을 논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팀 성적이다. 텍사스는 올시즌 시거의 맹활약 덕분에 AL 서부지구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SI는 '레인저스는 공수에서 시거의 공헌이 없었다면 포스트시즌을 바라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텍사스는 지구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텍사스는 이날 현재 84승68패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지구 공동 2위다. 1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는 불과 0.5게임차다. 3팀간 지구 우승 경쟁이 치열하다.
시거는 AL에서 타율(0.331)과 2루타(42개) 1위, OPS(1.029) 2위이며, 유격수 중에서는 홈런(31개), 타점(93개), 출루율(0.392), 장타율(0.637) 1위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넘게 빠지고, 후반기 들어서도 오른손 엄지 염좌로 열흘 간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43경기에 결장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오타니가 만장일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건 사실이다. 시거의 bWAR은 6.6, fWAR은 5.9로 오타니와의 차이가 너무 크다. 하지만 팀 공헌도가 월등하고 몇 가지 부문서는 오타니와 타이틀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1위표를 가져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SI는 '투표자들은 모든 상황을 평가한다. 시거는 포스트시즌 경쟁을 하는 팀에서 뛰는 반면 오타니는 승률 5할을 밑도는 팀에서 원맨쇼를 하고 있다'면서 '시거는 타석에서 오타니에 견줄 만하지만, 투수 쪽은 따를 수가 없다. 그래도 시거는 시즌 끝까지 생산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오타니를 찍기 싫다면 그 표는 시거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10년 3억2500만달러(약 4355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시거가 몸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