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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툭튀' 19세 일반인 선수, 전체 4순위 '로또픽', 한국농구의 현주소 [김 용의 KBL 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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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일반인 선수의 4순위 지명, 무엇을 의미하는가.

21일 열린 2023~2024 KBL 신인드래프트 화제의 주인공은 전체 1순위 문정현도, 가장 마지막에 호명된 이두호도 아니었다. 비운의 1라운드 4순위 카드를 받았던 서울 삼성이 뽑은 조준희였다.

그만큼 삼성의 선택은 의외였다. 조준희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한국에서 농구를 하지도 않았다. 어릴 적 캐나다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농구를 했다. 그것도 전문적인 코스가 아니었다. 농구 아카데미를 다니며 NCAA 진출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KBL. 베일에 감춰진 19세 어린 선수가 엄청난 점프력과 일정 수준 이상의 개인 기술을 어필해 한국에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다는 KBL 드래프트에서 전체 4등을 해버렸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긍정의 시선으로 보면 신선한 카드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확인한 건 외곽슛이 알려진 것보다 정확했고, 자유로운 곳에서 농구를 배운 힘인지 개인 기술이 확실히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공할 점프력 등 운동 능력이 있어 소위 말해 제대로 터지면 '로또'가 될 수 있는 자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농구는 공-수 모두 특유의 조직 플레이로 돌아간다. 미국에서 농구를 하던 엘리트 선수들도 어려운데, 제대로 팀 플레이를 배우지 못한 어린 선수가 곧바로 피터지는 무대에 적응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공격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종종 보여줄 수 있겠지만, 수비에서 '자동문'이 돼버리면 팀적으로 쓸모가 없어진다. 단순히 수비 자세가 높은 게 문제가 아니라, 지역 방어 등에 적응하려면 최소 수 년이 걸릴 수도 있고 영영 감을 잡지 못할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삼성과 은희석 감독은 왜 이런 복권 긁기에 도전한 것일까. 1라운드 지명권은 전력 보강에 매우 중요한 기회인데,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닐까.

이게 현재 한국 농구의 현실이다. 뽑을 선수가 없는 것이다. 초-중-고-대학까지 프로의 근간이 돼야 할 아마추어 농구에 눈에 띄는 자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운동을 기피하고, 또 인기 없는 농구를 피하는 세월이 늘어가며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는 상위 3명인 문정현, 박무빈, 유기상 외에 어떤 선수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 구단 코치는 "이번 드래프트는 그 세 사람을 빼면, 누굴 뽑아도 거기서 거기"라고 냉정히 평가했다. 그리고 그 상위 3명 선수도 이전 대형 신인들과 비교하면 특출나게 튀는 부분이 없다. 세 사람 순번까지 일찌감치 정해지며 드래프트에 대한 관심도가 확 떨어지고 만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열린 신인드래프트를 봐도, 뽑을 때는 왁자지껄한데 정작 크게 활약하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신인 선수들이 선배 선수들과 비교하면 실력이 떨어진다. 당장 2018년 전체 1순위 박준영을 시작으로 박정현, 차민석, 이원석, 양준석까지 각 팀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그나마 상위픽 중 변준형, 하윤기, 이정현(소노), 이우석, 서명진 정도가 팀 주축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니 각 팀들도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다. 1라운드와 2라운드 초반 정도만 신경써서 뽑고, 나머지 라운드는 '민원 처리용'으로 소진한다. 누굴 뽑아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학연, 지연 등을 따져 선택하는 것이다. 한 감독은 매년 2, 3라운드 특정 학교 선수를 뽑고 있다. 2020년에는 10개 구단이 마치 담합을 한 듯 특정 학교 선수를 1명도 뽑지 않았다. 믿기 힘든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우리 권리,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객관적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던 선수가 지명을 받지 못하면 그 선수와 가족들은 피눈물이 난다.

그래도 매년 3, 4라운드 마지막 감동의 지명자가 나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10개 구단이 2라운드까지 딱 2명씩만 뽑고 끝이었다. 가능성 조차도 타진해볼만한 자원이 없다는 현실이 서글퍼지는 대목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