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악몽의 연속이다.
2년 연속 가을야구행을 노리던 KIA 타이거즈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격수 박찬호의 손가락 부상과 포수 김태군의 발목 염좌, 여기에 핵심 타자 나성범의 시즌 아웃이라는 날벼락까지 떨어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곧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할 선수들도 대기 중이다. 좌완 선발 이의리와 불펜 요원 최지민, 외야수 최원준이 류중일호에 합류한다. 투-타 전반에 걸친 주전 공백이다.
3주 진단을 받았던 박찬호는 최근 타격 훈련을 시작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통증만 사라진다면 금주 내로 선발 복귀가 유력시된다. 그러나 부상 이전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줄진 미지수다. 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손가락 부위 부상이라는 점에서 통증이 재발한다면 더 큰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 김태군은 발목 염좌 증세를 보인 이튿날인 19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경기 후반부에 대타로 나서 타격과 주루, 수비까지 소화했다. 부상을 참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두 선수 완벽한 활용과는 거리가 있다.
한꺼번에 두 명의 선수가 빠지는 외야. 대체 자원은 존재한다. 올 시즌 백업 로테이션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고종욱 이창진 이우성이 코너 외야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중견수 자리엔 퓨처스(2군)팀에 대기 중인 김호령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심 타자인 나성범이 빠진 공백을 대체 자원 활약으로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
마운드에선 양현종 윤영철 토마스 파노니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21일 마리오 산체스가 복귀한다. 이의리가 비우는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는 대체 선발인 김건국 김재열 황동하가 돌아가며 채울 전망. 다만 세 선수 모두 앞선 대체 등판 경기에서 긴 이닝을 맡기 쉽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불펜 부하를 감내해야 한다.
결국 KIA는 전력의 절반 가까이 빠진 상황에서 남은 22경기를 치러야 한다. 야수진엔 베테랑 최형우 김선빈이 버티고 있으나,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며 체력 부담이 역력해 보인다. 마운드는 올 시즌 내내 부상-부진 변수가 이어지면서 선발-불펜 모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줄부상과 대표팀 악재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다.
여전히 KIA에겐 가을야구로 갈 수 있는 불씨가 살아 있다.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승수를 따낸다면 순위 상승을 노려볼 만하다.
이런 가운데 벤치 역량은 KIA의 향후 행보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타에 걸친 공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메우고, 매 경기별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며 경기를 운영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동안 KIA 벤치의 기조는 자율과 신뢰였다. 각자 역량을 가진 선수들이 부담감 없이 제 자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벤치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로 상황을 풀어가야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최근 6연패 속에 처질대로 처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 되고 있다. 과연 KIA는 어떤 답을 찾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