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축구장 규격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른바 K-스탠다드(K-standard) 도입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조선을 통해 "K리그 정관에 경기장 및 부대시설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 하지만 경기장 내부 구조 등에 대한 명확한 시설 규정이 부족하다. 건설사에서 K리그 기준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라운드 조성도 같은 의미에서 살펴봐야 한다. 경기장은 K리그 팬과 구성원 안전의 기본이 된다. 팬들의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경기장 현황을 파악하고, 해외 사례를 수집하는 중이다. 2024년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연내 규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비 새고, 그라운드 내려앉고…충격적인 K리그 실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4~2025시즌부터 등급을 나눠 치르고, 상금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클럽 대항전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엘리트, ACL 2, AFC 챌린지 리그 등 세 등급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체계가 세분화되는 만큼 규정 변화도 불가피하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에 앞서 지난 6월 이사회를 통해 K리그 클럽라이선싱 체계 변화를 선언했다. K리그 라이선스 부문을 K리그1과 K리그2로 구분하기로 했다. 앞으로 K리그1 라이선스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라이선스 취득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경기장 환경이다. 프로축구연맹 클럽자격심의위원회는 구단이 스포츠, 시설, 인사 및 행정, 법무, 재무 등 K리그 클럽 라이선싱 규정에 따른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평가해 발급 여부를 정한다.
K리그 축구장의 현실은 충격적이다. 노후화, 부실공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구FC의 DGB 대구은행파크, 인천 유나이티드의 인천 축구전용구장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장이 세워진지 10년 이상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산인 월드컵경기장도 노후화 탓에 울상이다. 울산 현대의 울산월드컵경기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장이 낙제점이다. '한국 축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화장실에 물이 새 양동이를 받쳐 놓아야 했다(9월 17일 현재 양동이 제거). 최근에는 지붕에서 비가 새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가 "경기장이 오래되다 보니…"라며 양해를 청하고 다녀야 할 수준이다. K리그 리딩클럽 중 하나인 전북 현대의 전주월드컵경기장도 천장에서 비가 샌다.
수원FC가 사용하는 수원종합운동장은 최근 '싱크홀'로 잔디가 푹 꺼지는 일이 벌어졌다. '캐슬 파크'란 애칭이 부끄러울 정도다. 최근 세워진 경기장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광주FC의 광주축구전용구장은 부실공사 논란 속 개보수 중이다. 원정석이 흔들리는 아찔한 일이 있었다. 조망권 문제도 제기됐다. K리그2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 아이파크가 사용하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조망권, 잔디, 관람석 등 전 부문에서 최하점이다. 김천 상무의 김천종합운동장도 곳곳에 미끄러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이동 약자, 유아 시설 등에 대한 시설 부족 얘기도 나오고 있다. A관계자는 "축구를 보러 오는 것은 영화 관람, 쇼핑 등과 비슷한 일이다. 영화관, 백화점의 시설이 이렇게 낙후됐다고 하면 누가 올 것인가. 축구장도 그에 맞춰 생각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운영권→지자체 법, 해결해야 할 문제 산더미
축구장을 짓는 일은 단순한 건설이 아니다. 질 좋은 그라운드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조량, 배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일부 경기장은 이런 내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탓에 '논두렁밭두렁'이 됐다. B관계자는 "일본의 J리그는 사계절 관리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 냉온 시스템 설비가 돼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은 경기 뒤 그라운드를 외부로 빼서 잔디가 전체적으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J리그에는 기후 환경 대책팀도 편성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부분의 구단이 시의 경기장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메인 행사인 K팝 콘서트 장소 탓에 K리그가 홍역을 치른 이유다. 경기장을 빌려 사용하는 만큼 관리도 시설공단 혹은 시설관리사무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경기장 관리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대구, 인천 등도 시설 개보수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C관계자는 "시설 개선에 대해서는 기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나마 시도민구단은 경기장 대관 할인을 받기도 한다. 기업 구단은 혜택도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했다. 축구장 운영권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D관계자는 "미국 메이저 리그 사커(MLS)는 전용구장을 필수로 정하고 있다. 구단 운영의 안정성, 관람의 편의성 등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경기장 이용법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