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현장] "지독한 우화"…'거미집' 송강호→정수정, 처절하게 웃기고 처절하게 잔혹하다(종합)

by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처절하게 웃기다가 처절하게 슬프고 잔혹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지독한 우화가 추석 극장 호기롭게 문을 두드렸다.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거미집'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의 감독 김열 역의 송강호,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의 임수정,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의 오정세,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 역의 전여빈,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의 정수정, 산전수자 다 겪은 노장 배우 오여사 역의 박정수, 신성필림 대표 백회장 역의 장영남,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참석했다.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풍자극 '거미집'은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98) '반칙왕'(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이하 '놈놈놈') '밀정'(16)으로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다섯 번째 만남으로, 추석 극장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봉을 보름여 앞두고 고(故)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로부터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하면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됐다.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임해지 부장판사) 첫 번째 심문 기일에서 '거미집'의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김열 감독 캐릭터를 문제 삼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며 영화와 캐릭터를 통해 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잡음이 생겼다.

먼저 김지운 감독은 "개인적으로 60~70년대 한국 영화 감독의 룩을 정말 좋아한다. 코트를 입고 담배를 무는 초상이 예술가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김감독에 녹여내며 예술가의 초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의 위축과 위기가 왔을 때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인이 영화를 다시 재정립한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하면 다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거미집'을 통해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 70년대는 검열 제도도 있었고 문화 전반 침체기였다. 당시 이만희, 김기영, 김수용 감독 등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을 돌파하고 꿈을 키워갔는지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김감독의 모습은 수없이 마주하는 난관과 역경이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돌파하는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앙상블 코미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거미집'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매력도 있다"며 "데뷔작 '조용한 가족' 때도 생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새로운, 독특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크하고 색다른 영화다"고 밝혔다.

이어 "'거미집'은 현시대를 말하는 영화는 아니다. 시대의 풍자와 풍속을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영화다. 현재 시사적인 부분과 관련은 없다. 당시 대중 예술 영화의 검열이 엄청난 억압 장치였는데 그런 역경과 난관을 극복하고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투영한 '거미집'에 대해 "실제로 영화 속 김감독이 하던 이야기가 실제 내가 현장에서 하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놈놈놈'까지 배우들이 시나리오가 가혹하다고 말 할 정도로 배우들에게 혹독한 고생을 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나는 질량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힘들고 어렵게 찍은 장면이 그 에너지가 온전히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한다. 과거 내 영화를 보면서 정말 혹독하게 촬영했더라. 그때 느꼈던 감정, 쏟아낸 에너지가 생각이 났다. 그런 감정을 김감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에는 광기라고 보여질 정도로 치열하고 어렵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김감독의 개인적인 야망, 욕심으로 촬영이 들어가는 영화 속 영화다. 영화 속 바꾸고 싶은 결말도 김감독에게 도전적이고 도발인 장면이다. 김감독의 수많은 과정을 보여준다. 욕망의 카르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의 상징적인 지독한 우화 같은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마지막 표정도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봤던 영화적 문법이 아니다. '거미집'만 보여주는 영화적 문법이 있다.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적 문법이 될 것이다. 한국영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영화가 된 것 같다. 한국영화도 새롭게 시도하고 새로운 문법으로 배우들이 연기한다. 다양한 볼거리와 묘미가 있다"고 '거미집'을 향한 자평을 남겼다.

'거미집'은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출연했고 '인랑' '밀정'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