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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허슬 "그게 찬호 스타일" 사령탑의 안타까움, '골글 후보' 돌격대장의 이탈…타이거즈 난관 어떻게 헤쳐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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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손가락 부상으로 3주 진단을 받은 KIA 타이거즈 박찬호(28).

12일 대구 삼성전. 팀이 2-5로 뒤지던 5회초 1사 1루에서 유격수 왼쪽 깊숙한 방면 타구를 만든 박찬호는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삼성 유격수 이재현의 송구가 좀 더 빨랐고 결과는 아웃, 아쉬움에 일어서지 못했던 박찬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7회초 대타 이창진과 교체된 박찬호는 왼쪽 네 번째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고, 이튿날 검진 결과 인대 손상으로 3주 진단을 받았다.

부상 과정을 돌아보면 '찬호 스타일'이 발단이 됐다. 이재현의 송구가 워낙 좋았지만 박찬호의 발이라면 세이프도 노려볼 수 있었던 상황. 주자를 한 명이라도 더 모으고자 하는 박찬호의 열망은 부상 리스크를 감수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연결됐다.

최근 박찬호는 타격, 수비 뿐만 아니라 주루에서도 과감한 플레이를 잇달아 펼쳤다. 출루 시 기회가 될 때마다 베이스 훔치기를 노렸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40도루를 돌파(42개)한 '대도'의 자신감과 더불어 팀 리드오프로 득점권 찬스를 만들고자 하는 책임감도 바탕이 됐다. 안타, 득점, 아웃 등 결과에 따라 따라오는 큰 액션은 덤.

KIA 김종국 감독은 이런 박찬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가 잘 안다. 도루해서 한 베이스를 더 가면 득점 찬스가 생기지만, 아웃이 되면 본인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게 찬호 스타일"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부상 뒤 "1루에서 슬라이딩 하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아쉬워 하면서도 "마음이 급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나온 것 같다"고 돌아보기도.

박찬호-김선빈 키스톤 콤비를 주축으로 탄탄한 내야 구성을 자랑하던 KIA. 그러나 시즌 내내 잔부상을 달고 있는 김선빈에 박찬호까지 당분간 선발 라인업 제외가 불가피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3루수로 정착한 김도영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빈 자리는 메웠으나, 이로 인해 또 1, 3루 코너 내야의 불안감이 커지게 됐다. 13일 광주 롯데전에선 내야 유틸리티 최정용이 3루를 책임졌으나, 김도영에 비해 수비 면에서 안정적이라 보긴 어려운 게 사실. 1루는 황대인 오선우 로테이션 체제로 커버 가능하나, 김도영이 이동한 3루는 지난 5일을 끝으로 1군 말소된 변우혁 외에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피말리는 순위 싸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상. KIA는 산체스 이의리에 이어 박찬호까지 이탈하며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을야구 사냥을 노리는 호랑이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