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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문제투성이 클린스만 호. 사우디전 승리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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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안정한 클린스만 호. 사우디전 승리로 용서받을 수 있나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2월 부임 이후 '5전6기' 끝에 거둔 값진 승리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28위)은 13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54위)와 A매치 친선전에서 전반 32분에 터진 조규성의 헤더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이겼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월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의 고리를 6경기 째 끊어내며 첫 승을 수확했다.

일단 한국 대표팀의 승리는 축하할 일이다. 그라운드에서 혼신을 다해 뛴 선수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빼어난 장악력을 과시한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조규성(미트윌란) 활기차게 뛰어준 이재성(마인츠)과 황희찬(울버햄턴),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선방을 이어간 김승규(알샤밥)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이날 승리가 최근 여러 문제로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클린스만 감독을 위한 '면죄부'가 되어선 안된다. 이날 사우디전에서도 그간 클린스만 감독이 비판받았던 문제들은 대부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FIFA랭킹이 26단계나 낮은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대표팀의 진면목을 드러나게 할 정도의 상대가 아니다. 특히나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을 강하게 압박하기 보다는 공수 라인을 넓게 유지하면서 마치 연습경기를 하는 것처럼 플레이했다. 아직 전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듯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런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전반에 나온 조규성의 헤더골 하나로 간신히 이겼다. 또한 경기 내내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도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비판받는 대표적인 이유인 '무색무취 전술'은 이날도 반복됐다. 감독이 의도하는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간 게 아니라 그냥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알아서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수비 부문에서는 여러 차례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전반에만 박용우와 정승현 김민재 김승규 등이 연이은 패스미스로 아찔한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또한 후반에 손흥민의 체력이 떨어진 뒤부터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주도권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내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모습들은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한국 A대표팀과 겉돌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1대0 승리'라도 완성도가 높아 감동을 주는 경기가 있는 반면, 행운이 따라 간신히 이기는 경기도 있다. 사우디전 승리는 전자보다는 후자쪽에 가깝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것은 장한 일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도저히 칭찬해줄 수 있는 승리는 아니다. 사우디전으로 노선은 더욱 분명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가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온전히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잡든 아니면 비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나버리든.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