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한 곳에서만 두달간 관련 잔액이 약 2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비교해도 가파른 증가세다.
▶인터넷은행 주담대 잔액 약 2조 증가…저금리 효과
인터넷은행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말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약 19조31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17조3223억원)과 비교하면 1조9950억원(11.5%)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도 지난 6월 말 3조6934억원에서 8월 말 4조655억원으로 3721억원(10.1%)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511조4007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3조5990억원(0.7%) 늘어난 것과 비교해봤을 때 인터넷은행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앞서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에서만 주담대(전월세 대출 포함) 잔액이 5조4360억원(34.9%) 늘었다.
인터넷은행으로 주담대 수요가 쏠리는 이유는 금리 경쟁력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주담대 영업을 이어갔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7월 중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각각 연 4.16%, 4.17%로 집계됐다.
이들 인터넷은행 모두 지난 6월(4.02%, 4.14%)보다 평균 금리가 올랐지만, 5대 은행(4.28∼4.70%)보다는 낮았다. 지난 4∼5월 중에는 주담대 금리를 내리고 특판을 진행하면서 평균 금리가 3%대로 내리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이 금리를 낮추자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넘어온 대환 수요의 영향도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근 신규취급액 중 50∼60%는 대환 고객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출시한 토스뱅크도 내년에는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금융당국, 주담대 쏠림 현상 비판…현장 점검 나서
금융당국은 이같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세에 주목하며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를 늘리는 과정에서 비대면 여신 심사가 소홀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절차를 살피는 중이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주담대를 빠르게 늘리는 인터넷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 대출'이라는 인가 취지에 맞지 않게 주담대 영업에 몰두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은 제도와 합치되는지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점검에 나서자 인터넷은행은 부랴부랴 주담대 문턱을 높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8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063∼7.016%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연 4.05∼6.989%보다 높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 4.20∼6.721%, 5대 은행은 연 3.79∼6.203%로 인터넷은행이 더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0일부터는 주택구입자금 주택담보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50년 주담대 상품에 만 34세 이하로 연령 조건을 신설했다. 45년 만기는 만 35세∼39세만, 40년 만기는 만 40세 이상만 선택할 수 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