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2년 3월, 서울 이랜드는 '목동시대'를 열었다. 창단 후 홈구장으로 쓰던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일대가 대규모 보수 공사에 돌입하면서 목동종합운동장으로 홈구장을 변경했다. 목동에선 1부 승격을 이룰거란 기대감이 부풀었다.
막 첫발을 떼려는 시기에 때아닌 '잔디 논란'에 휩싸였다. 2022시즌 K리그2 16라운드인 충남 아산과 홈경기에서 잔디가 문제가 됐다. 상대팀 지도자, 선수, 관계자들 사이에서 잔디 상태에 대한 악평이 쏟아졌다. 급기야 이랜드는 예정된 홈경기를 모두 원정경기로 돌린 뒤 잔디 긴급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논두렁 잔디' 논란과 맞물려 당시 'K-잔디'는 리그 최대 이슈였다.
목동종합운동장의 잔디는 두 달만에 '환골탈태'했다. 이랜드 구단과 경기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노력 덕이다. 실무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잔디관리'에 골몰했다. 이랜드는 대당 2000만원가량 하는 송풍기를 2대 구매했다. 혹서기 때 잔디가 생육하는데 있어 햇빛, 수분만큼이나 공기 순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4대를 포함해 총 6대의 송풍기가 돌아갔다.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축구계는 "시설은 오래됐지만, 잔디 상태가 좋은 목동종합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랜드와 사업소는 지금도 월 1회 정기 미팅을 열어 잔디를 비롯한 경기장 시설에 관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달콤했다. 이랜드는 2022년 2차, 3차 K리그2 그린 스타디움상을 연속 수상했다. 그린 스타디움상은 프로축구연맹이 그라운드 관리에 가장 많은 공여를 한 구단에 수여하는 상이다. 이랜드는 올해 2차 그린 스타디움상도 수상했다. 최근 5번의 그린 스타디움상 중 3번을 차지했다. 이 정도면 K리그2에서 가장 좋은 잔디로 공인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2차 그린 스타디움상은 K리그2 14~26라운드에서 경기감독관 평가(70%), 선수단 평가(30%)를 합산해 선정했다. 직접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의 평가가 반영된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랜드 관계자는 "선수들 사이에서 불평이 나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랜드 측은 "올해 여름 장마와 태풍에도 푸른 잔디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업소에 늘 감사하다. 이랜드 또한 최상의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잔디 관리와 관련된 업무에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즐거운 경기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랜드의 사례는 K리그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경기장 탓, 환경 탓을 하지 않고 공조를 하면 '논두렁'이 '양탄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