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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곽빈 동기' 99년생 최고 투수→1180일만의 선발등판→한바퀴 돌자 난타…수원의 아픈 손가락 [고척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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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잘 던지면 계속 간다. 마운드에 잘 적응해주길 바랄 뿐이다(이강철 감독)."

1999년생 최고 투수를 다투던 친구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KT 위즈 김민의 도전은 아직까지 쉽지 않다.

김민은 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했다. 2020년 6월 1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1180일만의 선발 등판이다.

유신고 시절 김민은 덕수고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배명고 곽빈(두산 베어스) 휘문고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더불어 1999년생 최고 투수 4인방으로 불리던 투수다. 데뷔 첫해부터 선발로 기회를 받으며 KT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으로 꼽혔다. 2년차 시즌인 2019년에는 150⅔이닝을 책임지며 선발의 한 축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20시즌 전반기 급격한 제구 불안에 시달린 끝에 불펜으로 이동했고, 이후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지난해 9월 제대 이후 쭉 불펜으로만 뛰었다.

엄상백이 갈비뼈 미세골절로 이탈하면서 그 자리를 메울 투수로 이강철 KT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우천 취소로 한 차례 등판이 미뤄졌다. 키움전은 김민이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기회였다.

1180일만에 선발 마운드에 나서는 투수의 심경은 어떨까. 이 감독은 "우천 취소에도 컨디션 관리를 잘해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8월을 8할 승률(19승4패, 0.826)로 마쳤지만, 9월의 시작과 함께 2연패를 당한 KT로선 중요한 경기였다.

사령탑의 바람대로 풀리진 않았다. 1회는 3자 범퇴로 깔끔하게 마쳤다. 2회에도 선두타자 송성문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1사 후 김휘집의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실점 없이 넘겼다.

3회에는 팽배한 위기감 속 선취점을 내줬다. 첫 타자 임병욱이 빗맞은 안타로 2루까지 밟으며 김민의 심리를 흔들었다. 팀선배 김민혁과 박경수가 호수비를 선보이며 그를 도왔지만, 결국 키움 도슨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4회에는 말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 한바퀴 돈 키움 타선은 연신 김민을 난타했다. 선두타자 이주형의 2루타, 김휘집의 안타에 이어 임병욱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김수환에게 볼넷마저 내주자 사령탑은 더이상 참지 못했다.

넘어간 흐름은 되돌리지 못했다. 이날 KT는 0대7로 대패, 뜻밖의 스윕으로 9월을 시작하게 됐다.

이날 김민의 기록은 3이닝 6안타 6실점(5자책) 2볼넷. 평균자책점은 7.79까지 치솟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147㎞까지 나왔지만, 직구(6구)와 투심(20구)보다 최고 136㎞의 슬라이더(31구)를 더 많이 던졌다.

결과가 좋지 못했지만, 엄상백이 빠진 자리를 메울만한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 김민은 추가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 이강철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