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팔꿈치를 다친 지 열흘 가까이 지났다.
오타니는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했다가 2회 투구 도중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곧바로 실시한 MRI 검진 결과 인대가 파열됐다는 소식을 페리 미나시안 단장이 현지 언론들에 전했다.
하지만 수술 여부에 대한 오타니 혹은 에인절스 구단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나시안 단장은 "의료진의 두 번째 의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UCL(내측측부인대) 파열 진단이 나왔다면 대부분 토미존 서저리(TJS)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수술에 관한 입장을 정리도 하지 않고 지명타자로 계속 출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인대가 다쳤는데도 타자로는 여전히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타니는 인대를 다친 날 더블헤더 2차전서 우측으로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치고 득점까지 올렸고, 지난 3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까지 팀이 치른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33(27타수 9안타), 4타점, 5득점, 7볼넷을 올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도대체 팔꿈치를 다친 선수의 타격이 맞나 싶을 정도다.
현지에서는 오타니가 이달 중 TJS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타격에 아무 지장이 없다면 오타니는 정규시즌 끝까지 출전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FA 시장에 나가기 때문이다. 최대한의 성적을 내놓고 원하는 가격을 부르고 싶은 건 모든 선수들의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받아야 할 수술이라면, 즉 투수로 하루라도 빨리 재기하려 한다면 TJS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현지 유력 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2일 'TJS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오타니는 왜 여전히 타격을 하고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가지 이유를 들어 오타니가 수술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오타니는 올시즌 타자로 커리어 하이를 보내고 있어 시즌 끝까지 전력을 다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칸리그(AL) MVP는 기정사실이고, 에인절스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47개)을 넘어 역사상 첫 50홈런-25도루도 가능한 페이스다.
두 번째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8년 가을 첫 TJS를 받은 전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TJS는 재활이 훨씬 더 길고 더 힘들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는 내년 시즌 개막전에 타자로 출전하고 싶은 욕심을 꼽았다. TJS를 받으면 내년 개막전 출전은 불가능하다. 그럴 경우 FA 시장에서 가치를 덜 인정받을 수밖에 없고, 투수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3가지 이유 모두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실제 오타니가 고민하는 대목들일 수 있다.
로젠탈 기자는 '평소대로 오타니는 모든 걸 다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한 아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확률은 낮다. 인대 파열은 반드시 재건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상'이라면서 '오타니와 에인절스 구단은 모든 가능성과 옵션을 놓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수술 여부를 당장 결정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오타니 본인과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는 팔꿈치 인대 부상이 발견된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주위에서 예상만 할 뿐이다. 사실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부상 시점이 최악이다. 하필 시즌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투수 생명이 걸린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로젠탈 기자는 '오타니의 눈물의 본질, 그가 계속 경기에 출전하는 이유, 그리고 FA 자격을 얻은 뒤의 동기부여 등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고 했다. 오타니만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고민의 시간이 시즌 막판 뜨거운 MVP 행보 뒤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