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지환아 이거까지 잡아버리면 정말...' 동갑내기 친구 오지환의 연이은 호수비에 허경민이 혀를 내둘렀다.
잠실라이벌 LG와 두산. 올 시즌 상대 전적은 8승 2패로 LG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한 LG와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두산.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 31일 잠실구장. LG는 켈리, 두산은 곽빈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초반 에이스 맞대결 속 스코어는 0-0. 실점 위기의 순간 LG 유격수 오지환의 호수비가 연이어 나왔다. 2회 두산 김재환과 허경민이 안타를 날리며 LG 선발 켈리를 압박했다. 2사 1,2루 조수행이 풀카운트 승부 끝 켈리의 직구를 타격한 순간 선취점이 나오는 줄 알았다.
조수행의 잘 맞은 타구는 마운드 위 켈리를 빠르게 지나 내야를 뚫는듯했다. 하지만 이때 유격수 오지환이 몸을 날려 타구를 글러브 속에 담아냈다. 빠져나갔으면 2루 주자 김재환은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타구. 몸을 날려 실점을 막아낸 오지환의 호수비였다.
내야에 타구를 가둔 것도 대단했지만 오지환은 재빨리 일어나 리드폭이 넓던 3루 주자를 견제했다. 결과는 세이프였지만 오지환의 넓은 수비 범위와 센스를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수비를 위해 내야까지 달려온 중견수 박해민은 오지환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호수비에 감탄했다.
조수행의 내야 안타로 1루에서 2루까지 진루한 동갑내기 친구 허경민은 오지환과 엇갈리는 순간 '이거까지 잡으면 반칙이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이어진 승부에서 정수빈을 뜬공 처리한 켈리는 만루 위기에서 실점 없이 탈출하며 포효했다.
2회에 이어 3회에도 유격수 오지환은 호수비로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선두타자 김재호의 1루 땅볼 때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던 켈리가 1루수 오스틴의 토스 타이밍과 어긋나며 미끄러졌다. 이후 로하스의 안타로 무사 1,2루 실점 위기에 놓인 켈리를 구한 건 오지환이었다.
켈리의 초구 커브를 잡아당긴 두산 양의지. 3루수 문보경이 몸을 날렸지만, 타구 스피드가 더 빨랐다. 이때 뒤를 받치고 있던 유격수 오지환이 포구 직후 정확하게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결과는 6-4-3 병살. 오지환 호수비에 켈리는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세웠다.
연장 10회 1사 이후 안타로 출루한 오지환은 2사 1,2루서 박해민이 좌전 안타를 날리자, 홈을 향해 몸을 날리며 경기를 끝냈다.
끝내기 안타를 친 박해민은 오지환에게 향해 달려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