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의외였다. 아산 우리은행 원은 풀 전력을 동원했다.
우리은행은 A조 1위를 확정지은 상태다. 파죽의 3연승이다. 최이샘은 잔부상이 있고, 김단비의 몸상태도 완전치 않다. 하지만, 경기 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벤디고는 높이가 뛰어난 탄탄한 팀이다. 우리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훈련 파트너"라고 했다. 한마디로, 주전들을 기용해 비 시즌 세밀한 조직력과 약점을 점검하겠다는 의미였다.
호주 벤디고 스피릿은 만만치 않았다. 우리은행은 스몰 라인업의 정점에 있는 팀이다. 지난 시즌 우승의 원동력이다.
김단비와 박지현을 중심으로 내외곽의 패싱 게임과 강력한 압박 수비를 통해 경기를 풀어간다. 단, 정통 센터는 없다. 이 약점은 국내 리그에서는 큰 문제로 작용하진 않았다. KB 박지수를 제외하면 우리은행의 탄탄한 수비를 뚫을 수 있는 자원이 없었다. 하지만, 벤디고는 더욱 강한 '높이'로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내내 더블 포스트를 사용하면서 우리은행의 골밑을 공략했다. 트랜지션과 외곽이 중요한 현대 농구에서 매우 '올드'한 시스템이지만, 실전에서 갖는 의미는 달랐다.
상대의 약점을 찌르고, 거기에 따른 최상의 무기를 장착하는 게 가장 좋은 전술이다. 그런 점에서 벤디고는 영리했다.
벤디고는 가드 이사벨라 브란카티사노(1m72)와 포워드 겸 센터 일리샤 프롤링(1m87)이 팀의 중심이다. 이사벨라는 메인 볼 핸들러이고, 프롤링은 내외곽을 오가면서 득점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날 벤디고는 루스 데이비스(1m98) 소피아 로칸드로(1m90)의 장신을 적극 기용, 프롤링과 더블 포스트로 세우면서 우리은행의 골밑을 계속 공략했다.
전반 박지현은 24득점을 올렸다. 미스매치를 활용한 1대1, 골밑 돌파, 속공 등 박지현은 이번 박신자컵에서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완전히 부상했다. 하지만, 전반 27대17, 리바운드에서 벤디고가 완벽하게 장악.
3쿼터 벤디고가 리드를 잡아냈다. 더블 포스트로 골밑을 집요하게 노렸고, 우리은행은 고전했다. 물론 김단비, 박지현의 드라이브 앤 킥에 의한 노현지 최이샘의 코너 3점포로 응수했지만, 3쿼터 51-56, 5점 차와 뒤졌다.
4쿼터에도 우리은행은 고전했다.
벤디고는 데이비스를 재투입, 로 포스트에서 쉽게 득점을 연결. 반면, 우리은행은 외곽포가 터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종료 3분56초를 남기고 이사벨라의 속공 플로터 득점까지 터지면서 58-70, 12점 차까지 뒤졌다.
작전타임. 우리은행 유승희의 3점포가 터졌다. 벤디고는 골밑 패스가 실책. 남은 시간은 3분, 9점 차였다. 노현지의 좋은 수비가 나왔다. 유승희의 과감한 돌파 이후, 코너에 있는 나윤정에게 날카로운 패스가 연결됐다. 깨끗한 3점포. 6점 차, 하지만, 스틸에 의한 얼리 오펜스. 코너 노현지의 3점포가 빗나갔다. 우리은행이 수비를 성공한 뒤 공격. 호주는 팀 파울을 활용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박지현의 골밑 돌파가 성공. 4점차로 추격했지만, 경기 종료 13.5초를 남기고 데이비스에게 골밑슛을 허용했다.
벤디고가 3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우리은행 박신자컵 A조 예선 마지막 4차전에서 우리은행을 74대68로 눌렀다.
벤디고는 프롤링이 26득점, 19리바운드로 맹활약. 우리은행은 박지현이 26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패했지만, 3승1패로 A조 1위를 차지, 4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B조 2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청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