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가 여객기 결함과 후속 조치 미숙으로 소비자의 불만과 불편함을 키우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20일 낮 12시(현지시간) 일본 삿포로에서 승객 360여명을 태우고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던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결함을 이유로 출발이 지연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에 나선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현지 직원에게 제대로 된 지연 사유는 듣지 못했고, 20시간 넘게 공항에 발이 묶인 채 대기해야 했다. 기체 결함 사유는 엔진 연료 계통 이상이었다. 진에어는 현지에서 교체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인천에서 부품을 조달해 대체편에 실어 삿포로 공항에 보냈고, 승객들은 대체편과 정비를 마친 항공편을 타고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은 지난 21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반복되는 지연 문제…피해는 승객의 몫
진에어의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 출발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에는 타이베이에서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던 여객기의 출발 시간이 15시간가량 지연됐다. 유압계 이상에 따른 것으로 정비를 마친 뒤 예정보다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진에어는 승객에게 지연 상황을 안내하고 식사 쿠폰과 소정의 지연 보상금을 제공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진에어의 기체결함 건수는 11건에 달한다. 매달 평균 2건의 기체 결함이 발생한 셈이다. 최근 두 달 사이 기체 결함에 따른 출발 지연도 2번째다. 업계 일각에서 안전불감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여객기의 결함을 이륙 전 발견, 안전점검에 나서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기체결함 등 안전 관련 문제가 잦아지는 것은 짚고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객기 기체결함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의 몫이다.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지 못했고, 위험한 상황 등에 직면했을 땐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여객기 지연 관련 승객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욱 그렇다. 최근 발생한 삿포로의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 당시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현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발생했다.
진에어는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승객을 우선으로 적극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삿포로 지연 대응과 관련해 "지연 결정에 따라 승객들에게 지연 사유 등의 안내를 실시하고, 식사 쿠폰을 제공했다"며 "영사관과 협조를 통해 공항 안과 밖의 호텔을 알아봤지만 예약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공항에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또 "대체편을 편성해 노인·아이가 있는 가족 182명을 우선 귀국시켰고, 현지 경찰의 출동은 진에어 직원이 아닌 현지 업체 직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진에어는 이번 삿포로-인천 구간 승객을 대상으로 장시간 지연 및 대기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몸집키우기 나선 LCC…"내실 관리 우선되어야"
저비용항공사업계는 최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엔데믹화에 따른 여행객 증가의 영향을 받았다. 국토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적항공사와 외항사를 이용한 국제·국내선 여객 수는 897만7651명으로 집계됐다. 국제선 여객 수는 638만3000명으로, 지난해 7월 184만4000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국적사·외항사 합산 월별 항공여객 수는 1월 726만 명, 2월 713만 명, 3월 731만 명, 4월 760만 명, 5월 811만 명, 6월 836만 명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 시장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다. 상반기 매출액은 총 6116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939억원 대비 215%가 올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국내선과 국제선 영역 확장과 안전관리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형 성장도 좋지만 보다 적극적인 안전관리를 통한 내실다지기가 더욱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