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야구중계를 보면 관중석에서 서로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친구나 커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사에서는 그들을 카메라로 잡아 재미있는 연출을 한다. 플레이가 일어난 순간 서로의 희비가 엇갈리는 표정과 행동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일본에서는 아쉽게도 거의 볼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NPB)의 경우 "해당 응원석(홈,원정 양쪽)에서는 해당팀 이외의 응원 행위 및 타 구단의 모자나 유니폼 착용, 응원 용품의 사용을 금지합니다. 관전 매너가 부적격할 경우에는 퇴장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야구장내의 게시물이나 구단 홈페이지에 관전룰로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NPB 구단중 요미우리를 뺀 11구단의 홈페이지에 '야구장 금지사항'으로 이런 유니폼 착용 규정을 명시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혹시나 생길 수도 있는 트러블을 사전에 피하기 위한 룰이다.
한국에는 그런 룰이 없다. 지난 20일 SSG랜더스가 홈 구장인 SSG랜더스필드에서 LG 트윈스와 대결한 경기. 양 팀의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관중을 볼 수 있었다.
3루 원정 LG쪽에서 SSG 최지훈의 유니폼을 입고, LG 정우영 유니폼을 입은 친구와 같이 있던 여성팬은 "예매로 1루쪽 좌석을 구할 수 없어서 3루쪽에서 친구와 같이 보게 됐다"고 했다. 원하는 좌석을 잡을 수 없는 경우는 자주 있고 그런 선택을 해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 1루 홈 SSG 쪽에서 LG 임찬규 유니폼을 입고, SSG 최정 유니폼을 입은 친구와 있던 남성은 "둘이 볼 때 인천이든 잠실이든 1루쪽에서 본다"고 말했다. 팬마다 익숙한 좌석 위치가 있고, 거기서 편한 친구와 입고 싶은 유니폼으로 야구를 보면 만족도는 높을 것이다.
한국과 다른 엄격한 관전룰이 있는 일본야구장은 초보팬이나 외국 관광객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도 있다. 특히 지바롯데 마린스의 홈구장의 경우, 경기에 해당하지 않은 NPB 타구단의 유니폼을 입는 것을 모든 좌석에서 금지하고 있다(메이저리그, 아마추어의 유니폼은 허용).
지난 20일 LG-SSG전에서는 필자가 투어로 인솔한 일본 야구팬들도 랜더스필드에서 경기를 즐겼다.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 보는 관중을 본 한 남성 참가자는 "한국팬들은 야구를 자유롭게 즐기면서 보고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는 선호하는 팀을 응원할 때 좀 더 비장한 마음으로 보는 것 같아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사실 이 부분은 최근 일본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연결된다. 퍼시픽리그 구단의 경영 기획 담당자는 "우리 구단의 관중 중심은 50대"라고 말했다. 어려운 관전룰이 있고 비장감이 있는 50대의 관객이 많은 일본의 야구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이 떨어지는 장소가 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야구관계자들은 필자와 취재현장에서 만날 때 마다 "일본 야구장은 좋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한국 야구장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일본이 따라갈 수 없는 장점이다. 응원 문화 뿐만이 아닌 한국 야구장의 매력을 한층 더 폭 넓게 자랑해도 좋을 듯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