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3년만에 진짜 외인 에이스를 만난 걸까.
악몽 같은 6~7월을 보낸 롯데 자이언츠가 8월 들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심에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투수 애런 윌커슨이 있다.
풀시즌 기준 에이스다웠던 롯데 외인은 2020년 댄 스트레일리가 마지막이다. 당시 스트레일리는 31경기에 선발등판,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의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같은해 다승왕-투수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와 자웅을 겨룰만한 투수였다. 알칸타라는 그해 31경기(완투 1)에 선발등판, 198⅔이이닝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툰 두산과 7위에 그친 롯데의 팀 전력을 감안하면, 스트레일리의 가치는 엄청났다.
스트레일리는 2021년, 2022년 후반기, 2023년 전반기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 사이 2020년에 비할만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 사이 롯데를 스쳐간 투수는 아드리안 샘슨, 앤더슨 프랑코, 글렌 스파크맨, 찰리 반즈다. 여기에 올시즌 스트레일리를 대체한 윌커슨이 있다.
샘슨은 코로나19 여파에 아버지 일까지 겹친 인간적 사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의 배려에 실력으로 보답하진 못했다. 프랑코와 스파크맨도 직구 구속은 좋았지만, 제구와 멘털 문제로 1~2선발급 에이스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즈는 월별로 보면 간간히 리그 에이스급 호투를 보이곤 했지만, 이를 꾸준히 이어가진 못했다.
일단 윌커슨은 아직 4경기를 던졌을 뿐이다. 타자를 압도하고 찍어누르는 유형의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윌커슨이 보여주는 안정감은 남다른 면이 있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7월 26일 두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첫승 테이프를 끊었다. 투구수는 76구에 불과했다.
8월 첫날 NC 다이노스전에서는 6이닝 3실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중간에 나온 안권수의 아쉬운 수비가 아니었다면 실점 수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6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커크 맥카티와의 치열한 투수전 끝에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빠른 투구템포와 안정된 커맨드는 선수단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8월의 승부수로 윌커슨-반즈의 4일 휴식 로테이션을 공언했다. 그 첫날, 윌커슨은 또한번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사령탑을 만족시켰다. 최근 14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3회초 2사 후 김도영의 안타에 이은 보크로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갔지만, 흔들림 없이 후속타를 끊어냈다. 4회초 1사 후 최형우 소크라테스의 연속 안타로 맞이한 1사1,2루에서는 황대인 이우성을 잇따라 삼진 처리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6회에는 1사 1루에서 최형우를 병살 처리하는 노련미도 뽐냈다.
순위표 7번째 자리, 승패마진 -6까지 추락했던 롯데가 만약 '8월 대반격'에 성공한다면, 그 선봉장은 윌커슨이 아닐까.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