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리드오프냐, 한방을 갖춘 호타준족이냐.
최정상급 토종 선발을 떠나보냈지만, 반대급부로 특급 유망주를 얻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최원태(26·LG 트윈스)의 대가로 받은 이주형(22) 이야기다.
LG는 29년만의 우승에 필요한 마지막 조각이었던 토종 선발을 얻었고, 키움은 이주형을 비롯해 김동규(19) 내년시즌 1라운드 신인 지명권까지 '미래'를 택했다. 이제 금지옥엽 잘 키워내는게 키움의 숙제다.
이주형은 LG가 마지막까지 내주고 싶어하지 않은 유망주였다. 단지 LG에 그가 뛸 빈자리가 없었을 뿐이다. LG 주장 오지환이 트레이드 당시 이주형에 대해 "30(홈런)-30(도루)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호평했을 정도.
키움 이적 후 10경기에서 타율 3할8리(39타수 12안타)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7이라는 발군의 성적을 냈다. 12개의 안타 중 홈런 2개, 3루타 1개, 2루타 3개 등 장타가 절반이다. 아직 완전히 꽃피지 못했다지만, 만만찮은 준족까지 갖췄다. 이미 군복무를 마친 '군필' 유망주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향후 어떻게 키워나갈지가 관건이다. 수비 포지션은 중견수를 축으로 좌익수, 우익수 모두 소화했다. LG 시절과 달리 내야수로 나설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타순의 경우 지난 8일 리드오프로 나섰지만 무안타에 그쳤다. 다시 6번으로 복귀한 9일에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키움은 하위 타순에서 천천히 적응시킬 생각이었지만, 이주형이 맹타를 휘두르며 자기 위치를 끌어올렸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내가 좀 욕심을 냈다. 이주형이 우리 팀에 잘 적응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어떤 옷이 잘 어울릴지에 대해 수비 포지션이나 타순을 이것저것 조정해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주형은 아직 어리다. 1군 경험도 많지 않다. 주전으로 뛰는건 키움 이적 후가 데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올시즌 후 미국 진출을 계획중인 이정후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이정후가 빠진 중견수 자리에 기용되는 이유다.
홍 감독은 "안 좋았을 때 헤쳐나가는 능력, 좋지 않았던 경험을 어떻게 금방 잊고 스스로를 가다듬어서 다음 경기에 임하는 것, 모두 스스로 깨우쳐야하는 과정"이라며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 어렵다. 자신이 습득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