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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발레의 씨앗을…" 무용가 황창호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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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부산 발레 활성화에 공헌한 황창호(黃昌鎬) 전 부산창작발레단장이 25일 오후 1시3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만 87세.
1935년 8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청주농고를 졸업했다. 1954년 공군 입대 후 1955년 서울 대방동 공군병원에서 하사로 복무할 때 명동 시공관(市公館·국립극장의 전신)에서 임성남(1929∼2002) 발레단의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아 발레에 입문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송범(1926∼2007) 전 국립무용단장의 문하생이 된 그는 약 반년 만에 조연으로 무대에 오를 정도로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했다. 1960년 한국발레단(국립발레단 전신) 창단 단원으로 입단해 주연급 발레리노(남성 무용수)로 활약했다.
1968년 한국 뮤지컬 극단의 효시인 예그린악단에서 잠시 활동하다 1969년 조숙자 전 부산대 교수와의 인연으로 부산으로 활동 근거지를 옮겼고, 1970년 부산 양정동에 황창호무용학원을 열었다. 1974년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으로 들어가 '지귀의 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1976년 부산 최초의 민간 발레단인 부산창작발레단을 창단했다. 같은 해 5월 부산시민회관에서 남정호(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김정순(전 신라대 무용과 교수) 등 제자들과 함께 창단 공연 '바리아숑'을 올렸다. 1986년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쓴 창작 발레 '바보 온달'을 공연할 때까지 7회에 걸쳐 정기 공연을 개최했다. 널리 알려진 구전동화를 고인이 직접 각색한 '바보 온달'은 발레의 한국적 토착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인큐베이터', '영의 시련', '을숙도' '동래부 순절도' 등을 창작했다. 1984∼1985년 제9대 부산무용협회 지부장을 지냈고, 부산여전(부산여자대학) 겸임교수로 강단에도 섰다. 임성남, 송범을 잇는 '한국 발레 2세대'인 고인은 민병수(부산대 교수), 김용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원국(한성디지털대 전임강사) 등의 제자를 길러냈다.
2010년 국립예술자료원 구술 채록 당시 "부산에도 발레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활동했다). 부산의 문화 창달에 자양제가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조순무씨와 사이에 아들 황승혁, 딸 황윤아씨와 사위 장진호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부산 동구 좌천동 봉생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27일 낮 12시, 장지 영천호국원. ☎ 051-638-4411.
chungw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