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올시즌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꼽으라면 현재까지는 6월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아닐까.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한 경기 운영을 6월에 볼 수 있었다.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초반 5점차로 뒤졌지만 필승조가 조기 투입돼 추가 실점을 막고 최강 타선이 따라붙어 결국 역전승을 했다. 그리고 염경엽 감독은 "이제 때가 됐다"라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말했다.
당시 LG의 선발은 이지강이었다. SSG는 박종훈. 전날 LG가 이기며 반게임차 1위에 올라섰고, 다시 1위를 되찾으려는 SSG의 의지가 강했다.
제구가 좋지 않았던 박종훈을 상대로 LG가 1회초에 선취점을 뽑았지만 박종훈은 이후 안정감을 보이면서 LG 타선을 잘 막았고, SSG는 3회말 3점을 뽑아 역전했고, 4회 2점을 뽑아 5-1로 리드했다.
4점차로 지는 상황에서 염 감독은 5회말 함덕주를 올렸다. 함덕주는 LG의 핵심 필승조다. 고우석이 나오지 못하는 날 마무리로 나갈 정도로 염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함덕주가 오르자 모두가 놀랐다. 점수차가 있기 때문에 이땐 롱릴리프나 추격조가 나가는 것이 맞는 기용이었다.
LG의 베테랑 김현수도 이 당시를 묻자 "'왜 나왔지?'라고 생각했었다"라고 했다.
염 감독으로선 꼭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가을에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수도 있는 SSG와의 경기였기에 지고 있지만 집중해서 경기를 뒤집자는 자신의 뜻을 보인 것. 김현수도 "감독님의 메시지라고 생각했고, 받아들여서 더 힘을 내야된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1점씩 따라자가는 마음이었다"라고 했다.
그런데 함덕주가 박성한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1-6, 5점차가 됐다. 가장 믿는 불펜 투수가 추가점을 내준다는 것은 그만큼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는 상황.
LG는 그러나 곧이은 6회초 승부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5점차여서 올라온 두번째 투수 임준섭을 상대로 3안타를 몰아쳤고, 이후 등판한 문승원에게도 안타에 실책을 더해 3점을 뽑아 4-6, 2점차로 좁혔다.
LG는 6회말 정우영을 올려 무실점으로 막았고, 7회엔 박명근이 SSG의 최 정 에레디아 박성한을 가볍게 삼자범퇴로 잡았다.
8회초 박해민의 2루타와 신민재의 우전안타로 5-6을 만들었고, 이어 홍창기의 중월 3루타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김현수의 안타로 끝내 7-6 역전까지 해냈다.
박명근이 8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LG는 9회초 문보경의 중전 적시타로 8-6까지 앞섰고, 9회말 마무리 고우석이 볼넷 2개를 내주고 위기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역전승을 거두고 SSG와 1.5게임차로 앞서는 1위를 질주했다.
염 감독은 시즌 중이지만 SSG와의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고, 물이 오른 타선과 컨디션 좋은 필승조를 믿고 과감하게 필승조를 조기 투입해 끝내 5점차로 지던 경기를 2점차 승리로 바꿔 놓았다. 어찌보면 한국시리즈 모의고사의 '킬러 문항'을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기 운영은 한국시리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선발이 무너졌을 때 점수차가 나더라도 승부를 걸어야 하는게 한국시리즈다. 선수들에게 5점차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경기였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