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쯤 되면 진짜 '안경에이스'의 후광이 비친다. 양적인 면에선 부족하지만, 아우라만큼은 충만하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생애 최고의 해를 겨냥하고 있다.
박세웅은 3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롯데는 상대 선발 브랜든에게 7이닝 무득점으로 눌리는 와중에서 박세웅의 호투를 기반으로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그 결과 연장 10회말 윤동희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두산 타선을 산발 4안타 3볼넷으로 꽁꽁 묶었다. 4안타 중 3개를 6월 한달간 타율 1할2푼5리(32타수 4안타)에 그쳤던 로하스에게 내준 점이 옥의 티. 하지만 그중 하나는 시프트의 약점을 노린 3루쪽 기습번트였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지론에 따르면 외국인 타자가 번트 안타를 대는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다.
3회까지 두산 타선은 2루를 밟지 못했다. 유일한 안타를 친 로하스는 허경민의 번트 때 롯데 3루수 한동희의 과감한 3루 송구에 병살 처리됐다. 4회에는 박계범과 양의지의 볼넷으로 2사 1,2루가 됐지만, 믿었던 양석환의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5회 1사후 로하스가 이번엔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고, 이어진 허경민의 유격수 강습 타구 때 생각지도 못한 이학주의 실채깅 나왔다. 하지만 이유찬의 잘맞은 안타성 타구 때 안치홍의 기적 같은 점프캐치로 인한 더블아웃이 나오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6회에는 선두타자 정수빈이 안타로 출루했다. 희생번트 후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또한번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번엔 주자 김재환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왔다. 양의지의 타구는 1루쪽 뜬공이었는데, 고승민이 잡자마자 재빨리 1루의 박세웅에게 송구, 미처 귀루하지 못한 김재환까지 잡아냈다.
박세웅은 7회에도 2사 후 로하스에게 제대로 끌어당긴 우중간 2루타를 내줬다. 하지만 허경민을 범타 처리하며 실점없이 7이닝을 틀어막았다. 최고 151㎞의 강렬한 직구에 곁들여진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7회를 마쳤을 때 박세웅의 투구수는 109구.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69대40이었다. 매 이닝 종료 때마다 더그아웃 앞에서 야수 동료들을 기다리며 고마움과 격려를 표하는 진정한 '에이스'의 존재감, 그리고 이에 화답하는 동료들의 집중력이 돋보인 하루였다.
박세웅은 지난 5월 19일 SSG 랜더스전 이후 이날까지 무려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이날 시즌 5승 추가에는 실패했다.
대신 평균자책점은 2.50까지 끌어내렸다.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뽑힌 그다. 박세웅의 커리어하이는 12승6패(171⅓이닝)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한 2017년이다.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박세웅에게 롯데는 2017년 이후 6년만의 가을야구, 혹은 그 이상을 선물할 수 있을까.
울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