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가수 김란영이 위암 투병을 최초 고백했다.
29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가수 김란영이 출연했다.
무려 70여장의 앨범을 발매, 앨범 누적 판매량은 3000만장이라는 기록을 가진 가수 김란영은 얼굴보다 목소리가 더 친숙한 가수다. 김란영은 "정학하게 데뷔를 한 건 50년이 가까지 돼 간다"라 했다. 가수로서 공백기 없이 활동하던 김란영이 1년 6개월만에 카메라앞에 서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데뷔 50년을 바라보는 중견가수 김란영은 '고속도로 여왕' '카페 여왕'이라고 불렸다. 김란영은 "공식 판매량만 3000만 장이고 비공식까지 하면 어마어마하다. 지금까지 앨범이 그렇게 팔린 가수는 없을 거다"라며 뿌듯해 했다.
김란영은 "그때는 제 얼굴이 없었다. 이름하고 그냥 카페 노래 이렇게만 진열됐다. 카페 여왕이라는 닉네임은 주어졌지만 '얼굴 없는 가수'가 됐다"라 밝혔다.
김란영은 반찬부터 밥까지 한 끼 식사 치고는 적어보이는 양. 김란영은 적은 양을 먹고도 "진짜 배부르다"라 했다. 거기에 옷이 많았지만 현재 입을 수 있는 옷이 없었다. 그는 "작년에 사서 지금 딱 입어야 할 옷이다"라며 입어봤지만 너무 헐렁해 보였다. 김란영은 보기 좋게 살집이 있던 과거와 달리 한눈에 봐도 수척해졌다. 1년 사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야윈 것.
김란영은 짧은 외출에도 힘겨워 했다. 몸을 일으키는 것 조차 힘겨운 상황. 김란영은 "3월부터 몸이 안좋았다.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빨리 오라' 하더라. 저는 '위궤양인가? 염증 생겼나?' 속이 더부룩해서 병원에 갔더니 '위암이십니다'라 하더라. 지금은 담담하다.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에 제 앞에서 펼쳐진 거다. 제 첫마디는 '제가요?' 였다. 어느정도인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큰 병원으로 가세요'해서 '네'하고 일어나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라 회상했다.
김란영은 위의 60%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고 현재 후유증 진행 중이었다. 김란영은 "살이 빠질 땐 좋았다. 날씬해지니까. 수술은 힘들었지만 날씬해지니까 좋았는데 계속 살이 빠지더라. 기운도 없고. 총 15kg, 이렇게 많이 빠지는 건지 몰랐다"라 털어놓았다.
수술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몸상태에 김란영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병원 완치에 가깝지만 5년 정도는 적응을 하셔야 한다"라며 큰 문제는 아니라 했다.
가수 김란영의 인생을 뒤흔든 위암. 몰라보게 수척해진 김란영은 집으로 돌아와 노래방 기계를 틀고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 김란영은 "노래는 예전에 했던 거지만 힘이 부족해서 고음이 안나온다"라 털어놓았다.
오래 활동했던 김란영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은 많지 않았다. 김란영은 "저는 항상 신규앨범을 내는 조건으로 하고 회사는 리메이크 앨범을 몇 개 해주는 걸로 계약을 했다. 근데 제작자 측에서 신규 앨범보다 리메이크에만 신경을 썼다.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는데 저한테는 보너스가 없었다"라 고백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정규 앨범에 대한 갈망.
공허함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사람은 어머니. 김란영은 "치우기 전에 제가 엄마 침대에 누워봤다. '엄마가 맨날 이렇게 누워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했다. 우리 엄마는 자는 시간 말고는 제 이름만 불렀다"라며 김란영이 암과 싸우는 동안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와 이별에 대해 회상했다.
김란영은 "작년에 어머니 연세가 102세. 다른 분들은 '호상이다'라 하지만 자식된 입장에서는 호상이란 없다. 하루라도 며칠이라도 더 제 곁에 계셨으면 했다. 늘 부모님께 최선을 다했지만 저는 계속 부족한 것 같았다. 결국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셨다. 많이 속상하고 보고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제나 함께일 줄 알았던 모녀는 평생 떨어지는 걸 상상도 못했다. 김란영은 "제 꿈은 원래 현모양처였다. 단지 아버님도 일찍 돌아가시고 저는 어머님을 모시고 사니까 제 결혼 조건 딱 하나는 우리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거였다. 내가 엄마를 두고 결혼한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라 했다.
그리울 때마다 찾아오는 어머니의 납골당. 김란영은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나를 두고 갈 수가 있었을까. 엄마 나 살이 자꾸 빠진다. 나 살 좀 찌게 해줘"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는 그리움. 김란영은 "엄마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엄마가 내 옆에서 돌아가셨어야 했는데 병원에서 돌아가신 게 평생 가슴이 아파. 거기서 아버지랑 계시고 나랑 이다음에 만나"라며 이별했다.
김란영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 임강현을 만났다. 임강현은 "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데 잘 지냈냐 여쭤보기가 미안할 정도다"라며 걱정했다.
김란영은 "내년 4월이면 수술한지 2년이다. 제가 더 힘이 빠지고 나이 먹기 전에 저의 인생곡을 하나 받아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라 말을 꺼냈고 임강현은 "작품하다보면 어느순간 좋은 곡이 나왔을 때 전화해서 '좋은 곡 있습니다'라 말씀 드리겠다"라 했다.
김란영은 "일단 살아났으니까 재발하지 말고 건강하게만 살자 했는데 이제 수술한지 1년이 지났으니 조금 노래가 되더라. 이렇게 은퇴하기엔 아쉽다. 내년에는 저의 인생곡을 하나 만들어 남겨놓고 목소리가 안좋아지면 은퇴할 거다"라며 작은 바람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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