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멋진 경기였고, (제 자신이)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스페셜올림픽 수영대표팀의 '막둥이 에이스' 박근효(17)의 역영은 그의 우렁찬 목소리만큼 힘이 넘쳤다.
박근효는 24일(한국시각) 독일 베를린 SSE(Schwimm und Sprunghalle im Europasportpark) 수영장에 열린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 남자 배영 25m 레벨A에서 17초03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번 레인에서 출발한 박근효는 빠른 스타트로 초반부터 앞서나가더니 예선 기록인 17초48을 무려 0.45초 단축했다. 17초66을 기록한 2위인 안드레서 퀴로즈 힐과는 0.63초 차이다.
이영규 수영팀 감독은 "25m와 같은 단거리 대회에서 기록을 이렇게 크게 줄이는 게 결코 쉽지 않다"며 박근효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날 첫번째 승리자(금메달)로 등극해 배영 50m 은메달을 차지한 아쉬움을 털어낸 박근효는 "선생님(코치) 덕분에 스타트를 잘해서 더 잘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기록이)더 잘 나왔다"고 우렁찬 목소리로 금메달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해맑게 웃어보인 박근효는 "(1위를 확정한 뒤)방송에서 내 이름이 나왔을 때 감탄스러웠다. 한국에 가서 이 메달을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다들 '자랑스럽고 멋있다'고 말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초등학생때 수영을 시작한 박근효는 지난 5월 울산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실격 처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대회에선 주 종목인 배영 100m에 출전할 수 없었다. 스페셜올림픽 대회 특성상 선수 나이와 실력으로 디비저닝(등급 분류)을 나누는데, 실력이 좋은 박근효는 레벨A에 속한다. 레벨A 선수는 배영 50m와 배영 25m에만 출전할 수 있다.
코치진과 선수가 더 기대한 종목은 조금 더 거리가 있는 배영 50m.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박근효는 절치부심하여 '낯선' 배영 25m에서 금맥을 캐는데 성공했다. 박근효는 우승 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옆 레인에 있는 선수와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편, 하루 전인 23일에는 발달장애인 여자 수영계의 1인자 박우선은 접영 50m 레벨A에서 39초8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24일 모든 일정을 끝마친 수영팀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피자 회식'을 즐기고 베를린 명소를 여행했다. 한 도시를 탐방하고, 그 도시의 먹거리를 먹어보는 것도 발달장애인들의 대축제 '스페셜올림픽'의 취지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