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자격 박탈 결정은 인정한다. 단, KBL의 법적 조치 결정은 당황스럽다."
지난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들린 '농구 대통령' 허 재 데이원스포츠 대표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임금이 밀린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얘기하면서도 "KBL의 법적 조치 결정은 약간 당황스럽다. 데이원스포츠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나도 월급 한 푼 받지 못했다.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상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제명'됐다.
KBL은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데이원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하면서 허 재 대표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렸다.
'허 재 데이원스포츠 대표는 앞으로 KBL 구단 단장, 대표 승인을 불허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KBL에서 감독, 단장, 대표 등 어떤 직위도 맡을 수 없는 사실상 '탄핵'을 당한 셈이다. KBL은 이미 선수들의 급여 체불과 관련, 박노하 대표와 허 재 대표에 대한 법적 검토도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데이원스포츠의 재정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고 했다. 예전, 그의 말과는 배치된다.
데이원스포츠는 특수목적법인이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이 스포츠단 운영을 위해 설립했다. 데이원스포츠 모기업 격인 데이원자산운용은 적자가 심각한 상태였고, 연간 60억원 이상 비용이 필요한 남자프로농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한 마디로 데이원자산운용과 데이원스포츠 자체가 자본금이 거의 없는 부실 기업이었다. 재정 상태에 대한 의혹과 문제 제기가 많았다. 당시, 허 대표는 창단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재정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해줄 순 없다. 곳간을 어떻게 세세하게 알려줄 수 있나. 단, 우려와 달리 재정 상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박 대표 역시 "향후 4년간의 재정 플랜은 확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KBL이 자격 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인다"면서도 "KBL이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허 대표는 지난 16일 데이원스포츠가 제명되는 총회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정경호 단장만 참석했다.
이후, 박 대표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허 대표를 옹호했다. '농구가 좋아서 구단주를 맡아준 허 재 대표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한 시즌을 무급 봉사했다. 또한 농구단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구단주라는 직책 때문에 재무담당 대표인 제가 받아야 할 비난을 허 재 대표가 대신 받았다'고 적었다.
데이원스포츠가 선수들의 임금 체불을 책임져야 하지만, 대안이 없다. 데이원스포츠는 자본금이 거의 없다. 박 대표와 허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박 대표는 입장문에서 '선수들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지만, 신뢰도는 매우 낮다.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허 대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허 대표는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데이원스포츠 재정 구조가 이 정도인지 몰랐다", "KBL의 법적 조치는 당황스럽다"고 했지만, 선수들의 급여 체불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