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몰디브를. 국내 섬 이름은 모르지만 한국인의 머리와 가슴 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섬나라 아니던가. 지상 낙원, 신혼여행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등 이미지는 다양하다. 공통점이라면 럭셔리의 대명사라는 정도? 소위 비싼 여행지다. 경험을 해보지 않았지만 너무도 익숙한 이 느낌. 이런, 올해부터 해외여행이 쉬워졌다. TV홈쇼핑에서도 몰디브 여행 상품 보이기 시작했다. 싸늘하다. 지갑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행은 선택의 연속이랬다. 빠른 손놀림은 가격을 낮춘다. 혹시 예산을 조금 초과해도 괜찮다. 작은 사치는 바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쉼표가 될 수 있다. 친근함과 달리 멀게만 느껴졌던 여행지, 몰디브. '불안 반, 설렘 반'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자.
▶럭셔리 여행, 빈틈은 있다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집중'. 소규모화되고 프라이빗한 여행이 대세가 된 지금, 초럭셔리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니 옆집 순이네, 앞집 철수네, 뒷집 개똥이네까지 해외 어디로 떠난다며 뽐낸다. 동남아 휴양지부터 유럽 일주까지. 처음엔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어디에 내밀어도 괜찮은 럭셔리 여행지를 찾아야 한다. 그것도 저렴하게. 이럴 땐 '몰디브'다. 몰디브는 비수기가 없는 여행지다.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인 만큼 극성수기와 성수기만 있을 뿐이다. 물론 빈틈은 있다. 5월 말부터 10월까지 우기 기간이다. 해당 기간은 타 기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하루 종일 비가 올 때도 있지만, 동남아 '스콜'처럼 스쳐 가는 비가 대부분이니 즐겁게 지내기에는 무리가 없다. 연중 27도~31도를 유지하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가성비를 넘은 갓성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인터파크투어는 몰디브 신상 리조트인 '하드락-사이 라군' 패키지를 1인 199만원부터 선보이고 있다. 항공과 숙박이 포함된 가격이다. 게다가 하루 종일 식사와 음료, 주류(일부 제외)도 제공된다. 각종 공연과 즐길거리 역시 대부분 무료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다. 대신 확실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휴식, 힐링, 치유, 웰빙. 엑티비티라면 해양레포츠가 대부분이다. 아톨(환초 또는 산호섬)로 이뤄진 몰디브의 지형적 특성이 만들어 낸 특징이다. 몰디브는 1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이중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은 200여 개 남짓. 이곳은 대부분 하나의 리조트로 이뤄졌다. 리조트가 모여 나라가 됐다고 이해하면 쉽다. 비교적 큰 섬에는 수도 말레가 있다. 행정적인 수도인 동시에, 여행객이 리조트로 떠나는 환승지로서 역할에 충실하다. 170여개의 섬까지 여행객의 이동을 책임진다. 이동 수단은 배(요트, 보트), 수상비행기다. 가까운 곳은 배를 이용해 10여 분, 먼 곳은 수상비행기를 타고 40분 이상이 걸린다. 비용도 제각각이지만, 리조트 이용요금에 포함된 경우가 있으니 꼼꼼하게 체크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섬 하나가 리조트인 만큼 외출이 쉽지 않다. 리조트에서 식사를 대부분 해결해야 한다. 모든 식음료가 포함된 올인클루스브, 하루 세 끼(음료 및 주류 미포함)·하루 두 끼(음료 및 주류 미포함)를 제공하는 풀보드와 하프보드 등 취향에 맞는 패키지 등 선택할 수 있어 경비 절감도 가능하다. 항공편의 경우 직항은 현재 없고, 경유해야 한다. 스리랑카항공,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대부분 일반석 기준 1인당 100만원 밑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리조트만 잘 선택한다면 항공료를 포함해 1인당 200만원 미만으로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다.
▶ 엣지 있는 워터빌라,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
몰디브에 있는 리조트는 다양한 숙박 형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익숙한 건 워터빌라다. 아톨로 이뤄진 몰디브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건축물이다. 물 위에 있는 독채 객실은 바다와 연결된다. 스노클링을 객실 앞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구조다. 만타가오리, 니모를 비롯한 다양한 열대 어종을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워터빌라 입구는 바다 위 데크길로 얽혀있다. 일출과 일몰 무렵 데크를 걷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이다. 바다 위에 있으니, 태풍이 오면 불안하지 않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위협적인 태풍이 발생한 적이 없고, 워터 빌라 앞에는 인공 방파제와 접근 제한 부조물 등이 있어 안전하다. 수많은 리조트를 한 번에 비교,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대신 새롭게 문을 연 리조트 위주로 접근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 위주로 선택지를 좁히면 수고를 덜 수 있다.
오블루 셀렉트 로비길리(오블루)는 지난해 3월 24일 새롭게 문을 연 몰디브의 신상 리조트다. 자매 리조트인 아일라 푸시(아일라, 4성급)와 함께 국내 신혼 여행객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두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오블루에서 아일라로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만, 아일라에서 오블루로 들어갈 수 없다. 게다가 오블루는 성인 전용이다. 어린이 동반 여행객은 이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오블루는 매력적인 곳이다. 로비길리는 3개 콘셉트의 빌라가 있다. 썬네스트 비치 풀빌라, 썬네스트 워터 풀빌라, 네스트 워터 빌라다. 객실 형태는 비슷하지만 개인용 풀의 여부, 객실이 바다와 해변에 연결됐는지 등이다. 차이에 따라 비용이 다르지만, 조합을 통해 다양한 객실을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오블루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언더워터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 아래에서 즐기는 파인 다이닝은 국내에서 하기 힘든 경험이다. 게다가 바닷속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흡사 수족관을 옮겨 놓은 듯 하다. 다양한 장비가 갖추어진 수상 피트니스 센터에서 바다를 감상하며 마음껏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스노클링 장비와 스탠드업 패들 보드, 카약 등의 무동력 수상 스포츠 장비를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투어 상품으로 썬셋 피싱과 스노클링 가이드 트립이 무료로 제공된다.
숙박비를 줄이고 싶다면 오블루 엑스피리언스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호텔 객실과 같은 형태의 빌라로 아일라와 함께 있다.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저렴한 가격에 몰디브를 즐길 수 있는 팁이다.
▶ 수상비행기, 만타가오리와 만남
엣모스피어 카니푸시(카니푸시)리조트는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동을 위해선 35분 남짓 수상비행기를 타야 한다. 보트를 이용하는 리조트보다 이동이 수월하지는 않지만, 영화에서나 봤던 수상비행기를 탈 수 있으니 색다르다. 카니푸시는 몰디브 섬 중 비교적 큰 곳에 속한다. 2013년 운영을 시작, 시간이 만들어 낸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몰디브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리조트 팀의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종류의 식음료가 제공된다. 하루에 한 번씩 냉장고에 음료를 꽉꽉 채워주는 건 덤이다. 객실도 비교적 큰 편에 속해 가족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넓은 섬에 있는 리조트답게 자체 농장에서 재배한 작물을 활용한 베지테리언 식당을 비롯해 다양한 식당과 탁구와 당구 등 실내 스포츠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키즈클럽도 운영된다. 섬 안에서 이동은 버기가 필수다. 리조트 곳곳에 버스정류장 형태의 버기 정류장이 있고, 앱을 통해 버기의 실시간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삼겹살 요리와 김치샐러드, 소주 등 메뉴로 한국인에 대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작은 사치를 부려도 좋을 만한 곳으로는 오젠 리저브 볼리푸시(오젠)를 추천한다. 2019년 새롭게 리모델링 된 곳이다. 타 리조트에 비해 비용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수도 말레에서 요트를 이용해 20분이면 도착한다. 슬리퍼부터 선크림, 벌레 기피제까지 세심한 배려가 매력적이다. 특히 오후 무렵 선착장 입구에는 매일 오후 만타가오리를 비롯한 어종이 몰려들어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하루 세끼 모두 파인 다이닝을 제공한다. 워터빌라의 경우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만큼 저렴하게 럭셔리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비치빌라를 이용하면 좋다. 혹시 스몰 럭셔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워터빌라와 비치빌라를 일정에 맞춰 섞어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몰디브의 리조트에서는 식음료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지만, 한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모히토의 경우 비용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들어가는 재료가 고급이라서란다. 그러나 오젠에서는 모히토가 무료다. 게다가 시그니처 모히토의 이름은 '상구'다. 상구비치에 바가 있어서다. 상구, 어딘지 익숙한 이름이다.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맡았던 배역이 바로 안상구다. 상구는 몰디브어로 큰 소라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