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잠실 삼성과의 3연전 스윕으로 보름 만에 다시 선두 탈환을 한 LG 트윈스.
여러 주축 선수의 부상 악재 속에서 선전하는 여러가지 요인. 그 중 하나는 FA 이적생 포수 박동원의 존재감이다. 공-수에 걸쳐 큰 기여를 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새로 팀을 옮기며 1대 다수의 투수들을 이끌고 있는 상황. 겨우내 많은 노력으로 빠르게 투수들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리드를 하고 있다. 100% 완벽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
상무 전역 후 14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이상영과도 하루 전 호흡을 맞추며 파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공을 던지는 지 알아야 하니까 서로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첫 등판이라 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다음 등판이 기대됩니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제 구위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지만 박동원과 맞춰본 덕분에 4이닝 2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날 LG는 3대2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9회 1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야수 출신 백승현이 삼성의 중심 강민호 김동엽을 범타로 돌려세우고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선수. 박동원의 리드와 블로킹이 결정적이었다.
박동원은 폭투 실점의 부담 있는 상황에서도 투수를 먼저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던지라고 사인을 내고 몸짓을 하며 투수에게 확신을 주려 노력했다. 실제 두 차례 멋진 블로킹으로 실점을 막았다. 그 덕분에 백승현은 삼성에서 가장 잘 치는 강민호를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 후속 타자 김동엽도 슬라이더로 직선타를 유도하고 경기를 끝냈다.
"워낙 중요한 상황이라 어떻게든 다 막아내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리드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과 며칠 전 끝내기 폭투의 아픔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박동원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 5-5로 맞선 9회말 2사 1,3루에서 고우석의 바운드 된 커브를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며 끝내기 폭투를 막지 못했다. 당시 LG 염경엽 감독은 "동원이가 블로킹을 제일 잘하는 포수인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말을 건네 들은 박동원은 "실제 (블로킹은) 자신 있습니다"라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아픈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고요. 계속 시즌 끝날 때까지 공을 뒤로 빠뜨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막아보겠습니다"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안방마님. 홈런(14), 타점(45), 장타율(0.575) 부문 3관왕을 달리고 있는 박동원은 SSG 최 정(13홈런)과 팀 동료 오스틴(44타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태연하다. 시즌 목표가 홈런왕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이 빠르지 않은 만큼 2루타를 많이 쳐서 팀 득점력에, 더 나아가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 진짜 목표다. 이적 후 "넓은 잠실구장을 와서 좋다"고 말했던 이유도 외야가 넓어 2루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포수' 박동원의 목표는 팀 방어율 1위다. 흔들리는 토종 선발진 탓에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까지 투수들을 잘 리드해 팀 방어율 1위와 정규시즌 우승의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 잘 잡은 FA 포수 한명이 새로운 외인타자와 함께 팀 분위기를 확 바꿔놓고 있다. LG의 복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