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큼지막한 타구, 오른팔과 함께 들어올린 손가락.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타구가 담장을 넘어 외벽을 강타하자 기쁨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KIA 타이거즈 포수 신범수(25)가 1485일 만에 1군 무대 홈런을 신고했다. 신범수는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팀이 3-0으로 앞서던 2사 2루에서 우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키움 선발 정찬헌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들어온 바깥쪽 높은 코스의 138㎞ 투심을 받아쳤다. 타구는 홈런을 예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떴고, 초조하게 바라보던 신범수는 공이 고척돔 외벽을 강타한 뒤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누구보다 기뻐한 것은 KIA 더그아웃이었다. 이달 들어 1점차 승부에서 7경기나 패했던 KIA는 13~14일 고척 키움전에서 잇달아 1점차 패배를 당했다. 경기전 라커룸엔 정적이 흘렀을 정도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2회초 이창진의 2타점 3루타와 박찬호의 희생플라이로 3득점을 만들고도 불안감이 걷히지 않았던 KIA 더그아웃은 신범수의 투런포가 터진 뒤 축제 분위기가 됐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엄지를 세우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을 정도.
한승택 주효상에 밀려 개막엔트리가 아닌 퓨처스(2군)에서 출발한 신범수는 지난달 14일 1군 무대를 밟았다. 당초 한승택의 백업 역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뛰어난 타석 집중력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안정감까지 발휘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았다. 5월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홈런성 타구를 친 뒤 오른손을 들어올려 세리머니를 펼치다 파울로 판명된 뒤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기도 했다. 신범수는 당시 "코치님은 (슬라이딩을)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순간엔 꼭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항상 1루에 전력으로 뛰는 습관을 들여놓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했다"며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다.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젠가 또 퇴보할거란 생각이 있다. 지금 절박하게 야구를 하려 노력 중이다. 지금 이 기회가 온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근 신범수의 팀내 가치는 부쩍 커졌다. 한승택이 옆구리 부상으로 전반기 잔여 일정 소화가 어려워진 가운데 1번 포수 역할이 불가피해졌다. 1군 동행 한 달째가 넘어가면서 상대 분석은 더욱 치밀해졌고, 타석에서의 결과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상황. KIA 김종국 감독은 "공격에서 결과가 안 좋았을 뿐, 자신의 스윙을 잘 하고 있다"며 "투수 리드나 호흡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빠르게 적응했고, 어느 정도 맞춰가는 모습이다. 수비도 잘 해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신범수가 그린 아치를 누구보다 흡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