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김광현 양현종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가 없다."
계속 들어온 이야기다. 근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두 투수처럼 20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선발투수로 활약해,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통산 승리가 이미 역대 상위권에 있는 투수는 40여년의 KBO리그의 역사상 특이한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젊었을 때부터 성공의 길을 걷지 않아도 20대 후반이 돼서 신뢰를 받은 투수도 '한국의 에이스'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느껴지는 투수가 지난주 발표한 항저우아시안게임의 대표팀에 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다.
올해 28세가 된 박세웅의 요즘 5, 6년간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박세웅은 22세였던 2017년 11월, 24세 이하의 선수가 출전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쉽(APBC)에 한국대표 선수로 참가해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했다.
당시 현장의 코칭스태프나 취재진은 박세웅에 대해 "새가슴인데 괜찮을까" 라는 말을 많이 했다. 실제로 경기전의 박세웅은 경직된 표정을 보여 주변도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투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4회 무사 1,2루서 강판될 때까지 3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2회와 3회엔 4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는 좋은 피칭을 보였다. 일본대표팀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도 박세웅에 대해 "좋은 투수였다" 라는 인상을 말했다.
또 2021년 여름의 도쿄올림픽에서도 박세웅은 좋았다. 보직은 선발이 아니었지만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45. 첫 등판에서 3경기까지는 안타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었다. 박세웅은 대표팀에서 항상 믿을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마운드에서 잘 던지는 박세웅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예전에 '새가슴' 이라도 불렸던 정신적인 부분을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재진이 선수와 접촉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는 필자의 경우 더 그렇다.
세월이 지나 작년과 올해 만나는 박세웅은 예전에 비해 여유나 태도가 전혀 달렸다. 그런 성장은 용기가 필요한 변화구의 구사에서도 보였다. 박세웅은 "커브가 스트라이크가 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니까 카운트 잡을 때나 결정구에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다른 선수도 박세웅의 진화한 모습을 느끼고 있다. APBC에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박세웅의 1년 선배인 투수 함덕주(LG)는 "그 당시 멤버에서 저와 장현식(KIA)은 보직이 선발이나 중간을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박)세웅은 꾸준히 선발로 뛰고 있다. 그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했다.
자기만의 성장 곡선을 그리며 씩씩하게 성장한 박세웅. 그가 아시안게임에서 과거의 대표팀 에이스와 다른 새로운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 기다려진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