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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끝은 자신있다" 기회 잡은 야구인2세…父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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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계에서 무게감이라면 첫손 꼽히는 아버지다. 상대팀 더그아웃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진승현(20)은 기죽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올해 처음 1군 무대에 올라왔다. 추격조로 주로 기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LG 트윈스 상대로 2이닝 무실점 호투가 돋보였다. 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아버지 진갑용 KIA 수석코치가 보는 앞에서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지난달 27일, 3실점하며 무너진 키움 히어로즈전이 유독 아쉬운 이유다.

진승현은 "키움전은 너무 세게 던지려는 생각이 앞섰던 거 같아요. LG전부터는 기세나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어요"라고 돌아봤다.

다만 이순철 해설위원이 극찬했던 키움 러셀의 삼진 장면에 대해서는 "잘 던졌다기보단 타자가 도와준 거에요"라며 멋쩍어했다. 그날 슬라이더 제구가 유독 잘 되지 않았다는 것. 의도보다 계속 바깥쪽으로 더 흘러나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다만 '볼 좋으니 자신있게 던지라'는 유강남의 격려에 따라 그가 리드하는대로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진 결과가 좋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준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야했다. 이후 3실점이 고스란히 적립됐다. 배영수 투수코치는 "1사 1,2루, 그 다음에 차라리 (송성문에게)안타를 맞았다면 점수차도 6대0이고 했으니 그냥 뒀을 거다. 거기서 볼넷을 주니까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아버지는 모른척 하면서도 아들에 대해 깨알같이 체크하는 성격이다. 진승현은 "아버지 만나도 야구 얘긴 잘 안 합니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엔 KIA 더그아웃을 찾아 인사를 나눴다.

"컨디션은 만족해요. 코치님 말씀 들어보면 볼끝도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구속이 마음에 안 드네요. 최고 146~147㎞ 나왔는데, 좀더 나와야하는데."

롯데는 박세웅과 나균안의 아시안게임 차출에 대비해 대체 선발을 고민중이다. 진승현도 그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라면서도 "맡겨만 주시면 잘해보겠습니다. 자신감은 있어요. 1이닝에 전력을 쏟는 불펜보다는 조금더 여유를 갖는 선발 체질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승현은 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팔꿈치 수술로 이탈하기 전까지 1군 필승조로 거론됐던 1차지명 이민석, 적지 않은 1군 경험을 치른 뒤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조세진과 한태양, 올시즌 1군 주전급 외야수로 거듭난 윤동희 등 동기들의 활약이 상당하다.

하지만 진승현은 "초조한 마음은 없어요. 아직 보여드린 건 없지만, 제가 할 일만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투수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 아버지를 닮아 야구적 감각은 타고났다는 평. 현재는 직구와 슬라이더에 집중하는 한편 체인지업이 좋았던 시기의 감각을 되찾고자 노력중이다. '젊은팀' 롯데는 그만큼 진승현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팀이다.

"구속 욕심이 없진 않지만, 공 빠르다고 다 통하는 거 아니잖아요. 좋은 제구, 강한 구위 모두 갖춘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