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탁구의 희망' 신유빈(19·대한항공·세계 26위)-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세계 36위)조(세계 12위)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전지희조는 28일(한국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결승에서 중국 에이스 첸멍-왕이디조(세계 7위)에 게임스코어 0대3으로 석패했다. 1987년 뉴델리 대회 양영자-현정화 이후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사상 36년 만에 결승에 오른 신유빈-전지희조는 3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중국의 저항이 거셌다.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한국 여자탁구 부활을 알린 신유빈-전지희조의 활약은 시종일관 눈부셨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지난 26일 8강에서 '유럽 챔피언' 폴카노바-쇠츠조를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2011년 김경아-박미영조 이후 무려 12년 만에 여자탁구의 빛나는 메달을 되찾아왔다. 이어 27일 '세계 1위' 쑨잉샤-왕만위조를 게임스코어 3대0으로 돌려세우며 파란을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압도적 승리였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진화하는 '탁구신동' 신유빈과 16세에 한국으로 귀화한 후 탁구의 꿈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온 '베테랑' 전지희의 오른손, 왼손 '띠동갑' 호흡은 발군이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첸멍(세계 4위)-세계 2위 왕이디조는 강했다. 전날 동료들의 0대3 패배를 의식한 듯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섰다. 1게임 초반 시소게임이 이어졌지만 3-3에서 내리 6점을 내주며 3-9로 밀렸다. 그러나 신-전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에게 게임포인트를 내주고도 4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8-10까지 쫓아갔다. 8-11로 1게임을 내줬다. 관중석에선 "짜요"와 "대~한민국!" 함성이 팽팽하게 맞섰다.
2게임 전지희의 포핸드가 작렬하며 2-0으로 앞서갔다. 신유빈의 포어드라이브를 첸멍이 받아내지 못하며 4-1까지 앞섰다. 중국이 4-3까지 쫓아왔지만 전지희가 강력한 포핸드 플립으로 5-3, 다시 점수를 벌렸다. 이어진 폭풍랠리도 한발 빠른 한국이 이겼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6-3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중반 이후 중국조의 작전이 잇달아 성공하며 6-6, 6-7 역전을 허용했다. 6연속 실점하며 6-9로 밀렸다. 6-11로 2게임을 내줬다.
3게임,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은 2-3에서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라며 첫 결승 무대를 밟은 선수들을 따뜻하게 격려했다. 3-3, 4-4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신유빈, 전지희의 공격이 잇달아 성공하며 7-4로 앞서갔다. 신유빈이 긴 팔로 중국 오른손 복식조의 빈공간을 공략했다. 그러나 2게임과 같은 양상이 펼쳐졌다. 왕이디의 백푸시에 실점하며 7-7 동점이 됐다. 8-8, 9-9, 피말리는 타이에 이어 10-9, 한국이 게임포인트를 먼저 잡았지만, 왕이디의 공격이 성공하며 10-10 듀스게임에 돌입했다. 10-12, 아쉬운 패배였다.
시상식 단상에 선 신유빈과 전지희의 표정은 환했다. ITTF 부회장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직접 시상에 나섰다. 최선을 다한 한판 승부, 만리장성을 두 번 연속 뛰어넘진 못했지만 더반의 도전, 더반의 기적은 매순간 찬란했다. 신유빈과 전지희, 환상의 복식조는 서로를 믿으며 후회없이 날아올랐다. 신유빈의 패기와 전지희의 관록, 신유빈의 오른손과 전지희의 왼손이 함께일 때 더 강하다는 진리를 보여줬다. 12년 만의 메달, 사상 첫 여자복식 은메달로 대한민국의 세계선수권을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