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충청권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이하 충청권 U대회)가 조직위 설립 단계부터 파행이다.
지난 3월 24일 창립총회를 열고 조직위에 상근 부위원장(이창섭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과 상근 사무총장(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을 따로 두기로 승인하고 위촉장까지 수여했다. 조직위는 5월 내 문체부에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등기를 완료, 사무처를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3월 창립총회 직후 대한체육회가 협약서 3항 '체육회와 협의해 대회조직위를 구성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조직위 구성은 원천무효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협의가 시작됐다. 대한체육회는 위원장, 사무총장 선임은 협의를 거쳐야 하며 특히 사무총장 선임은 절차 협의 없이 공모로 선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 단일 선임 요구(이창섭)' '사무부총장직 신설' '조직위 구성시 관련 분야 대한체육회 추천 또는 파견' 등을 요청하고 '4개 시도를 순환하는 단일 조직위원장 선임'을 제안했다. 그러나 충청권 4개 시도(대전, 세종, 충남, 충북)는 '사무총장은 공모에 따라 선발한 윤강로 원장을 선임하겠다'며 단일 선임에 대해선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조직위원장, 사무부총장 등 기타 안건은 체육회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출신 조용만 문체부 제2차관, 4개 시도 지자체장들이 회동한 후 기류가 바뀌었다. '부위원장, 사무총장을 동일인(이창섭 부위원장)으로 선임하기'로 합의했고, 세종시는 이창섭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겸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18일 윤강로 원장 앞으로 보냈다. 이어 부위원장-사무총장 겸직을 명시한 정관 개정을 위해 19일 대전시청에서 창립총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창립총회는 무산됐다. 4개 지자체장들은 조 차관이 회의에 참석한 만큼 이를 문체부 공식 의견으로 받아들였으나 이는 문체부 공식 입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체부가 '3월 24일 개최된 창립총회와 다른 내용으로 창립총회를 재개최하는 것은 법적, 대외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문체부측 입장은 "이미 창립총회를 열고 정관을 승인하고 위촉장까지 수여한 상황에서 합당한 이유나 절차 없이 기존 결정을 뒤집는 것은 법적으로도 원칙적으로도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어 대한체육회 쪽에도 '문체부는 3월 창립총회 결정대로 법인 설립 승인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모를 통해 위촉된 윤 원장 역시 하루 아침에 사무총장직을 잃게 된 데 반발, 국민청원을 올렸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대한체육회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인선은 인정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조직위와 정치권 일각에선 조직위 자율권 존중과 인사 개입에 대한 지적도 흘러나온다. 가뜩이나 4개 시도 이해를 조율하는 것도 힘든데, 충청도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염원 하나로 유치한 충청권 U대회가 인사 관련 잡음과 체육계 내홍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얼룩지고 있다. 정부나 조직위로선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윤강로 사무총장 선임을 공문서로 알린 마당에 2개월 만에 창립총회를 다시 하는 촌극도, 공모로 뽑힌 사무총장을 밀어내는 명분과 법적인 부담도 큰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6월초 진천선수촌 육상트랙 조성사업 준공식 현장에서 17개 시도체육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연석회의를 통해 충청권 U대회 개최단체(host partners) 탈퇴를 포함, 현안을 논의하고 기자회견을 마련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회 유치 확정 이후 6개월 이내 조직위 발족을 규정한 FISU의 원래 시한, 5월 11일은 이미 넘겼고, 이달 말까지로 연장된 시한도 채 열흘이 남지 않았다. 국제적 망신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7년 8월 충청권에서 열릴 하계U대회는 18개 종목에 150개국, 1만5000여 명의 선수단이 방한할 예정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 2조7289억원, 취업 유발 효과 1만499명, 고용유발 효과 7244명, 2030년까지 외래 방문객 200만 유치 등 충청권 공동 발전에 대한 열망과 기대로 국가적 지원 속에 절실하게 유치한 대회다. 싸울 시간이 아니다. 충청권 4개 시도, 대한체육회, 정부가 한마음으로 유치를 성공시킨 그날처럼, 진정한 국익을 위한 협치가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