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여전히 최 정이 가장 잘치고, 가장 잘한다. 20년 주전도 거뜬해 보인다.
SSG 랜더스는 지난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대0으로 이겼다. 전날 패배로 롯데 자이언츠에 1위를 잠시 내줬던 SSG는 이날 다시 승패가 엇갈리면서 1위 자리를 회복했다.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선발 투수 오원석을 비롯해 투수들이 9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타선이 쉽게 터지지 않았다. 1회초에 최 정의 솔로 홈런으로 만든 1점이 7회까지 유지되면서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최 정이 해결사로 나섰다. 8회초 최지훈과 오태곤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찬스. 하준영을 상대한 최 정은 풀카운트에서 6구째 체인지업을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팽팽하던 승부의 끈을 끊어버리는 한 방. 결승점도, 쐐기점도 모두 최 정의 홈런으로 완성됐다. 최 정이 시작하고 끝낸 경기나 다름 없었다.
팀 타선에 다소 기복이 있는 상황에서도 최 정은 기예르모 에레디아, 최주환, 최지훈 등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끈다. 특히나 중심 타선에서 가장 어려운 임무를 해내고 있다. 4월 개인 팀 타율이 2할7푼5리였던 반면 5월에는 17일까지 3할1푼1리로 더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주춤하던 타점 수집도 이날 NC전에서 4타점을 쓸어담았다.
그 어느때보다 부담을 가득 안고 출발한 시즌이었다. 최 정은 정규 시즌 개막에 앞서 3월에 열린 WBC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평소보다 빨리 몸을 만들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컨디션 난조도 겪었고, 대표팀 성적도 좋지 않아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피로도 쌓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팀에 복귀해 개막을 맞았지만, 4월에는 타율이 2할 초반대에 그치면서 심적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다. '빠른' 1987년생인 최 정은 2005년에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내년이면 프로 입단 20년 차가 되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이제는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만큼 신체적 제한을 느낄 때도 있다. SSG는 추신수, 김강민, 노경은, 고효준 등 유독 불혹의 베테랑들이 많은 팀이라 상대성이 덜하지만, 최 정 역시 "이제는 나도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데 형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할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최 정이 가장 잘 한다. 큰 부상도 거의 없이 20년 가까이 뛰고 있는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분위기다. 이름값이 아닌 객관적인 실력 경쟁의 결과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