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75세의 보경스님의 조용하고 차분한 산사 생활이 공개됐다.
18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30년간 홀로 산사를 지킨 보경스님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작은 사찰, 오가는 이가 많지 않은 절에는 오랜 시간 수행하고 있는 스님이 홀로 지내고 있었다. 매일 같이 음식을 해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보경 스님은 음식의 짓는 일이 수행이라 했다.
새벽 4시 보경스님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그는 "다 세시 되면 하는데 저는 한 시간 늦게 예불을 하러 간다"라며 법당에 들어섰다. 보경스님은 직접 키운 채소로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며 상을 들고 계곡 옆 평상에서 식사를 했다.
산중에서 홀로 지낸지 30년째라는 보경 스님은 "올해가 75세다. 우리 나이로. 출가한지 32년 됐다. 늦깎이로 스님이 됐다"라 자신을 소개했다. 법당 한 채가 전부인 작은 산사에는 수많은 장독대가 자리했다. 보경 스님은 "간장이 달고 맛있으면 하얀 짤레꽃이 핀다"라며 직접 담근 장을 보여줬다. 20년이 넘은 된장에 오미자청 매실청 등 종류도 다양했다.
보경 스님은 "(결혼은) 당연히 했다. 속세에 애들도 있고. 출가는 내 위주로 한 거다. 허락을 받아 한 게 아니다. 스님들도 좋고 부처님 마지 올리고 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출가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출가를 했다. 엄마하고 자식은 벌써 출가할 때 끝난 거지 않냐. 나도 속세를 버리고 왔으니까"라며 모든 속세와 연을 끊고 출가했다 입을 열었다.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에 보경스님의 얼굴에도 근심이 어렸다. 비가 겨우 그친 뒤 텃밭에서 지천에 올라온 제철 나물을 캔 보경스님은 "마트와서 시장 다 봤다"며 흐뭇해 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보경스님은 "많이할 때는 이거보다 더 많이 하는데 오늘은 그렇게 안해도 될 것 같다"며 요리를 척척 해나갔다. 보경스님은 "공유일에는 몇분씩 오셔서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며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오후가 되자 날이 갰고 스님은 산행을 시작했다.
보경스님은 "제일 괴로운 건 친정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겼다. 저하고 같이 어디를 가기로 했는데 제가 일이 있어 못갔다. 그런데 한 일주일 동안 소식이 없더라. 알고 보니까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더라. 그게 너무 지금까지도 죄 진 기분이다. 내가 그때 모시고 갔으면 아직까지 살아계시지 않을까, 내가 못 지켜드렸다는 생각이 (든다)"라 했다. 모든 것을 끊어냈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은 사그러들지 않는다고.
보경스님은 "(부처님이) '평생 죽을 때까지 나눠 먹고 살아라' 하는 꿈을 꿨고 그 뒤부터는 별것 아니라도 해서 나눠먹고 김장 때 되면 어르신들 해서 가져다 드리고 이때까지 살았다"라 했다.
곧이어 도착한 손님 덕에 산사에 활기가 들었다. 익숙한 일인 듯 스님은 돕는 손님은 멀리서 왔다면서 "자주 한 번씩 오는 절이다. 공기도 좋고 여기 왔다 가면 머리도 시원한다"라고 스님과 힘을 합쳐 일을 했다.
보경스님은 "어느 절집이든 보살님들하고는 다 나눠 먹는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생활은 공과금만 내면 채소는 밭에서 다 조달이 된다"며 풍요롭지 않은 생활에도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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