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생활체육인들의 대축제이며 대한민국 최초의 생활체육 국제 종합대회인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 이색 출전자들이 눈길을 끈다. 그 중 말레이시아에서 참가한 이예쓰지문(Yee Sze Mun·87)씨의 사연은 놀랍다.
단신(1m52)으로 50세까지 운동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말레이시아 철인대회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헌액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때 '카우치 퍼테이토(Couch Potato)'였다고 한다. 종일 소파에 들러붙어 빈둥빈둥 시간을 보냈다.
그의 삶의 첫 변화는 48세 첫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받던 날이었다. 의사는 "60세까지라도 살고 싶다면 소파에서 일어나 활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로 점술가를 찾아갔다. 점술가도 "당신의 인생은 67세에 끝난다"라고 예언했다.
이예쓰지문은 큰 충격을 받았고, 죽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나이 50세에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 후 누구보다 활동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 후 30년 이상, 각종 국제 철인경기에 출전해 16회나 결승에 진출했다. 하와이 코나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인 세계 챔피언십'대회를 비롯해, 사하라 사막에서 6일간 242㎞를 뛰어야 하는 대회까지도 완주에 성공했다. 그의 나이는 75세였다.
그는 'The Bumblebee in Me-Living the Ironman(내안의 호박벌-철인의 꿈으로 살아가다)'이란 책도 썼다. 그는 자신을 호박벌에 비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귀여운 호박벌은 일주일에 1600km를 나는 비행 선수다. 과학자들은 호박벌이 공기역학이나 신체 구조상 도저히 하늘을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졌다고 말한다. 호박벌의 몸은 2㎝인데 비해 날개는 겨우 표면적의 20분의1이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중에 떠 있는 것도 불가능한 신체 구조다. 이러한 호박벌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건 아마 호박벌의 신념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행동하라.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예쓰지문은 1999년 7월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제8회 ITU 아시아 트라이애슬론 선수권 대회에 62세의 나이로 출전해 1위에 오른 경험도 있다. 올해 86세인 그는 전북에서 행복한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2023 전북아태마스터스대회 육상 남자 100m, 200m, 800m, 1500m, 수영 남자 200m 평영에 출전했다. 육상 100m 동메달, 800m와 1500m 금메달, 수영 평영 200m서 금메달을 따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