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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힌 아내, 통역은 울컥...수베로의 작별인사 "우승파티에 나를 꼭 초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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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한화와 아들 같은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향한 사랑과 감사 인사. 수베로 감독은 "한화가 우승하게 되면 우승 파티에 꼭 나를 불러달라"며 활짝 웃었지만, 지켜보던 아내와 통역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2년여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떠났다.



13일 오후 인천공항. 수베로 감독이 아내 손을 잡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한화 이글스는 11일 수베로 감독을 경질한 후 최원호를 한화의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틀 후인 13일 한국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 도착한 수베로 감독이 그동안 함께 한 선수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수베로 감독은 "씨앗을 심는 이가 있고, 거둬들이는 이가 따로 있듯이 내 역할은 묵묵하게 땀 흘리며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친 것에 감사한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과실은 수많은 아들과의 관계다. 감독직을 해오면서 수많은 이별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마음 아픈 이별은 없었다. 아들로 대했던 선수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한화를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도 전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과정이 항상 있는데, 그동안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항상 신념을 가지고 선수로서 살며 성장하길 바란다. 신념을 갖고 야구하고, 신념을 갖고 인생을 살길 바란다. 한화는 강팀이 될 준비가 됐다. 선수들은 아직 성장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더 성장해서 함께 웃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야구인으로서 참 많은 곳을 가봤지만 한화는 특별했다. 내 고향 베네수엘라 카나카스가 떠올랐다. 그곳의 야구 열기 또한 만만치 않고 야구를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떠오를 만큼 한화 팬들은 대단했다. 첫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작년과 올해 만난 팬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특히 올해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팬심이었다. 17점 차로 뒤지고 있는데 밀어내기 볼넷 한 점을 얻었다고 기뻐해 주는 그 함성과 경기를 패한 후에도 버스 앞에서 기다려 주는 팬들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한화 이글스는 좋은 팀이 될 거라고 장담한다. 인스타그램으로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시간을 내서 꼭 답장하겠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한화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베로 감독의 작별 인사를 한국어로 통역한 이현재 통역원은 통역 도중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옆에서 내내 지켜보던 수베로 감독의 아내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미소를 띠고 담담하게 말한 수베로 감독의 작별인사는 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수베로 감독은 한화 구단 직원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한화가 우승을 하게 되면 우승 파티에 나를 꼭 초대해달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씨앗을 심고 튼튼한 새싹이 자라는 걸 확인한 수베로의 마지막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