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초반부터 바닥을 치고, 6연패를 당할 때, 주목받은 선수가 있다.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팀에 합류한 채은성(33)이다. 팀 타선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도, 채은성은 흔들림없이 중심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다른 타자들이 워낙 부진하다보니, 타선 전체가 채은성만 바라보는 그림이 됐다.
전 소속팀 LG 트윈스에선 못 해본 경험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핵심선수라고 해도, 타선을 이끌어야한다는 중압감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쿨했다.
"야구는 항상 부담을 갖고 했다. 이전과 달라진 건 팀 메이트가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나 혼자 다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진 않았다. 야구가 한 명이 잘 해서 이기고 지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밖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부담은 없었다."
부담을 쌓아두면 더 큰 중압감이 몰려온다. 부담이 없었다기 보다, 부담을 덜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읽히는 발언이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살짝 내려왔지만, 한동안 팀 공격의 3분의 1 이상을 채은성이 차지했다. 8일 현재 28경기에서 타율 3할8리(109타수 33안타), 5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가 0.846, 득점권 타율이 0.324이다.
홈런은 공동 3위, 타점은 4위다. 두 부문 모두 팀 내에선 톱이다.
정작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다. "초반에 내가 잘 되고 있었을 때, 승리를 많이 못 챙겼다. 그런 게 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야구가 매일 잘 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지 않나.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사실 모두가 힘들어 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많이 갔다. 답답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풀리고 결과가 안 나오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승부하지 못하게 된다. 젊은 선수들은 더 하다.
채은성은 6연패를 당한 5월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날 패했지만 좋은 타구가 정말 많이 나왔다. 운이 안 따라 야수 정면으로 갔다. 굉장히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했다."
6연패로 몰린 한화는 다음 날인 3일, 8대3 역전승을 거뒀다. 4일에는 홈런 4개를 쏟아내며 10대3 대승을 거뒀다. 채은성은 이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한화는 7일 KT전에서 6대2로 이겨 3연승을 올렸다.
채은성은 "후배들이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이대로 자신을 믿고 하면 앞으로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한화의 젊은 타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채은성이 자주 언급된다. 선배 채은성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고 말한다.
이적 1년차 채은성은 한화에 스며든 것 같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