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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97 거구의 몽골청년, 유창한 우리말에 '깜짝'…수줍은 25세의 진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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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보통 '바이라'라고 부릅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긴장됩니다."

유창한 우리말이 돋보였다. 한국에서 보낸 6년은 배구 뿐 아니라 인간 바야르사이한(25)의 삶에 깊게 새겨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5~27일에 걸쳐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V리그 남자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을 치른다.

V리그 역사상 첫 아시아쿼터를 뽑는 행사다. 몽골,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모여든 24명의 선수들이 참여했다. 이날 선수들은 신체검사와 메디컬체크를 마친 뒤 국군체육부대(상무)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총 9세트에 걸친 연습경기를 치렀다.

단연 시선이 집중된 곳은 바야르사이한과 에디(24·성균관대학교 재학)였다. 몽골 출신인 두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인 2017년 1월 배구를 향한 일념 하나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인터뷰를 자유롭게 소화할 만큼 능숙한 한국어가 인상적이다. 사령탑의 지시를 통역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메리트다. 대학에서나마 한국 배구를 오래 경험한 이상, 프로팀 적응력도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후 만난 바야르사이한은 선량한 우리네 청년과 다를 바 없었다.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름이 길다'는 말에 "바이라라고 불러주세요"라며 미소지었다.

"한국말은 한국 와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말도 안 통하고 많이 힘들었는데, 1년1년 지내면서 팀동료들과 마음이 점점 잘 통하기 시작했죠. 한국 문화도, 배구에도 익숙해졌고요. 제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초 한국 귀화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적법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국내 5년 체류만으로 귀화 자격을 갖출 수 있었지만, 이제 5년간 세금내역을 증명해야한다. 대학생인 이들의 귀화가 어려워진 이유다.

대신 KOVO가 내민 도움의 손길이 바로 첫 개최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다. 7개팀이 동일한 확률(구슬 각 10개)로 선수를 뽑는다.

10만 달러(약 1억3300만원)라는 저렴한 연봉이 최대 장점으로 꼽혔지만, 막상 트라이아웃이 시작되자 만만찮은 기량이 인상적이었다. 바야르사이한과 에디 외에도 료헤이 이가(29) 이쎄이 오타케(28·이상 일본) 차이 페이창(22·대만) 라우 훙민(30·대만) 등도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바야르사이한은 "김웅비(상무) 선배나 신호진(OK금융그룹) 같은 인하대 선배, 친구들한테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다들 '잘해서 우리팀 오라'고들 하더라고요"라며 활짝 웃었다.

가장 익숙한 포지션은 미들블로커지만, 양쪽 날개 공격수도 가능하다. 그는 "중앙이 가장 편하지만, 아웃사이드히터로도 잘 뜁니다"고 스스로의 장점을 어필했다. "신영석 최민호 선수를 좋아한다. 공부할 겸 V리그는 맨날 본다고"는 속내도 전했다. 학부 과정은 마쳤지만, 비자 문제로 아직 인하대 졸업 예정 상태다.

"아시아쿼터는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프로무대에서 뛰려고 6년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ㅘ서 고생했잖아요. 열심히 뛰겠습니다. 언젠가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습니다."

제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