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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 1회 뭇매 신고식, 최고 좌완 루키는 왜 싱글벙글 마운드를 내려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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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IA 타이거즈 좌완 루키 윤영철이 매운 신고식을 치렀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우완 김서현 다음인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최고 좌완 루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윤영철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프로 데뷔전.

결과는 아쉬웠다. 3⅔이닝 동안 홈런 포함, 4안타 4사구 5개로 5실점했다.

기존 선발들도 힘들다는 1회 고비. 루키에게는 쉽지 않은 생소함이었다. 이날 내준 5실점 모두 1회에 내줬다.

하필 데뷔전 첫 상대가 산전수전 다 겪은 이용규였다.

톱타자 이용규는 2B2S에서 파울 3개로 집요하게 커트하며 윤영철을 괴롭혔다. 결국 9구째 볼을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시련의 시작이었다. 2번 이형종에게 적시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이정후에게 볼넷을 내주는 순간 폭투가 이어지며 무사 1,3루. 김혜성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2실점째. 무사 2,3루에서 박주홍의 희생플라이로 3점째를 내줬다.

충암중·고 시절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친구 김동헌을 내야 뜬공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아냈지만 임병욱에게 129㎞ 슬라이더를 던지다 우월 투런홈런을 맞아 5실점 째를 내줬다.

김휘집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김태진을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험난했던 1회를 마쳤다. 1회에만 무려 타자일순 속에 40구를 던져야 했다.

시련은 있었지만 좌절은 없었다. 안 좋은 상태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다.

2회부터 윤영철은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1회 프로 무대의 쓴 맛을 본 윤영철은 2회부터 달라졌다. 위축되지 않고 담대하게 복수혈전에 나섰다.

자신을 괴롭혀 볼넷을 얻었던 이용규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 볼넷 하나만 내주며 15개만에 2회를 마쳤다. 1회 적시타를 쳤던 이형종 김혜성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3회에도 몸에 맞는 공 하나만으로 14구 만에 마쳤다. 투런홈런을 내줬던 임병욱을 직구 3개로 대담하게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윤영철의 강한 멘탈을 보여준 장면.

윤영철은 4회 선두 김태진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1회 이후 내준 첫 안타. 이용규와 이형종을 범타 처리한 뒤 최지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총 투구수 81구. 1회에만 절반인 40구를 던졌다. 나머지 2⅔이닝은 41구만에 마쳤다.

프로데뷔 첫 등판. 1회 혹독한 시련을 겪은 직후 2회부터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을 되살린 점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 했다. 멘탈적 측면과 함께 기본적인 밸런스나 제구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반등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희망을 발견하기에 충분했던 프로 데뷔전. 싱글벙글 환하게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긴장된 표정으로 첫 등판을 마치고 내려오는 대부분의 루키 투수들과 확실히 달랐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윤영철을 향해 KIA 팬들이 보낸 큰 격려의 박수 속에는 실망보다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과연 윤영철의 다음 등판은 어떤 모습일까. 첫술은 배부르지 않았지만 기대는 더 커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