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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세계선수권金 언니X체전우승형과 환상의 복식조"'셔틀콕'청스한의 추억[靑運:청소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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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괜찮아, 괜찮아!"

지난 1월말, 경기도 수원시 만석공원 배드민턴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 '피치' 대 '카모마일'의 첫 경기, '피치'팀 에이스 박 슬(18·수원 영덕고3)이 '짝꿍' 노유현(17·수원 호매실고2)을 쉼없이 독려했다. 좋은 플레이엔 "나이스!"를 연발했고, 실수가 나올 때면 "괜찮다"고 다독였다. 지난해 주니어배드민턴세계선수권 혼합단체전 우승 멤버인 박 슬은 이날 '셔틀콕 6개월차' 노유현과 깜짝 복식조를 결성했다. 상대의 날선 스매시를 박 슬이 몸을 날려 다 받아냈다. 노유현도 혼신의 힘을 다해 팔을 뻗었다.

대한체육회가 개최하는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선수 등록 여부나 소속에 상관없이 '원팀'으로 출전해 우정과 추억을 쌓는, 특별한 대회다. 용화연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 대리는 "학생선수, 일반학생이 한팀이 돼 즐기는 오픈대회 '청스한'은 올해로 4년차다. 종목단체뿐 아니라 시도체육회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2022년에는 13개 시도 체육회에서 40여개 대회가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금메달 언니와 함께 뛰다보니 실력이 쭉쭉"

경기도 배드민턴체육회가 주관한 이날 청스한엔 박 슬을 비롯한 경기도 우수 학생선수들과 배드민턴을 즐기는 일반학생 140여명이 참여했다. 초중고 선수 1명, 학생 1명이 짝을 지어 복식조로 나섰다.

첫 승 직후 박 슬은 "선수니까 더 많이 뛰어서 이기려고 했다"며 웃었다. 노유현은 "열심히 한다곤 했는데 잘 안됐다. 언니가 한발 더 뛰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언니가 바닥에 셔틀콕을 확 꽂아버리는데 와, 너무 멋지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결승행을 다투는 일전, 21대12 승리 후 박 슬은 "이번엔 유현이가 다했다"며 '엄지척'으로 화답했다. "점점 더 잘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유현은 "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같다"며 웃었다. "선수와 처음 배드민턴을 쳐봤는데 경기 전엔 엄청 떨리는데 경기를 시작하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더라. 친구들에게도 '청스한'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셔틀콕 12년차' 수많은 국내외 대회를 섭렵한 박 슬 역시 "친구들의 기량이 느는 걸 보면서 '청스한'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선 반가운 얼굴도 눈에 띄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황지만(39)이 시범경기로 청스한에 동참했다. 배드민턴 고수가 되는 꿀팁도 귀띔했다. "일단 자주, 많이 쳐야 한다. 자신보다 잘하는 선수들과 쳐야 실력이 향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학생이 선수와 함께 하는 청스한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준비한 김 둘 경기도배드민턴협회 사무국장은 "선수와 학생이 함께 어울릴 기회가 드문데,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 있다. 학생들은 선수 친구의 공을 받아내며 자부심을 느끼고, 선수들도 일반학생들과 함께하면서 협동심, 팀워크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새해에도 '청스한'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했다.

▶"우리학교 '체전 메달' 형과 환상의 복식조"

이날 '매원고 선후배' 학생선수 문종우(18)과 일반학생 권민준(17)은 '퍼플'팀으로 뭉쳤다. 배드민턴 명문 매원고는 체육관 배드민턴 코트를 학생선수, 일반학생, 동호인들이 함께 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라켓을 잡은 문종우는 지난해 전국종별배드민턴선수권 단체전 우승, 2021년 전국체전 단체전 준우승 멤버다. (권)민준이는 작년부터 친구들과 취미 삼아 배드민턴을 즐기는 일반학생. 같은 학교지만 복식조 배정 후 서로 알게 됐다. 권민준은 "배드민턴 잘 치는 (문종우)형을 본 적 있다"고 했다. 어색함을 떨칠 겨를도 없이 실전이 시작됐다. 레드조에 22대20, 그린조에 23대21, 듀스 접전끝에 2연승했다. 권민준의 소감은 찬사일색. "형이 굉장히 잘 쳐서 너무 멋졌다." 문종우는 "어느 정도 칠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문종우는 "내가 후위를 맡고 민준이가 전위를 맡으면 더 수월할 것같다. 미스도 더 줄여야 한다. 네트를 높이 보고 치면 좋을 것같다"는 조언을 건넸다. 문-권조는 승승장구하더니 결승서 '블랙'조를 21대19로 꺾고 우승했다. 권민준은 "형이 다 해줬다. 형 덕에 우승했다"며 공을 돌렸고, 문종우는 "팀워크가 좋았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3월 '고3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청스한' 우승으로 새해를 연 '선배' 문종우의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인사에 '후배' 권민준이 "이제 공부도 배드민턴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화답했다.

처음 만나 '원팀'으로 함께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환상의 복식조, '매원고' 선후배 사이에 더 이상 서먹함은 없었다. "새학기 체육관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자"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