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인터뷰] "흥행 작두 탔다고? 작두는 늘 타요"…'일타' 끝낸 전도연, '길복순'으로 세계정복(종합)

by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칸의 여왕'에서 '일타 배우'로 다시 '액션 전사'로 돌아온 배우 전도연(50)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 범죄 액션 영화 '길복순'(변성현 감독, 씨앗필름 제작)에서 킬러이자 싱글맘 길복순을 연기한 전도연. 그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길복순'의 출연 과정부터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한 소감까지 모두 밝혔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A급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90년 데뷔 이후 올해 33년 차를 맞은 베테랑 전도연의 첫 넷플릭스 작품이며 '피도 눈물도 없이'(02, 류승완 감독) '협녀, 칼의 기억'(15, 박흥식 감독) 이후 도전한 세 번째 액션물 그리고 첫 정통 액션 연기 도전이다.

특히 전도연은 롱테이크 촬영이 많은 '길복순'에서 대역 없이 직접 고강도 액션을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빈틈없는 액션을 위해 오랜 시간 훈련에 매진, 사람을 죽이는 킬러를 표현하기 위해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완벽한 등 근육을 보여주는 등 웨이트를 병행하며 견고하게 길복순의 외형을 만들었고 또한 사춘기 딸의 엄마라는 이중생활 사이에서의 고민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호평받았다.

'길복순'의 출연 과정은 특별했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다. 변성현 감독이 나를 보며 시나리오를 쓴다고 했다. 감독이 나를 보며 시나리오를 쓰는 걸 처음 목격하지 않았나? 그때만 해도 변성현 감독을 많이 믿지 않았다. 엄마와 딸 이야기가 있는데 미혼인 변성현 감독이 그걸 잘 알 수 없지 않나?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하면서 시나리오를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길복순 캐릭터가 좀 이상한 것 같더라. 이해하기 힘들다며 '캐릭터가 이상하다'고 말했더니 변성현 감독이 '선배가 그런 모습이다'라고 하더라. 우리는 스스로 객관적으로 못 보지 않나?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이 이상할 수 있구나 싶었고 새로운 내 모습이라서 신선했다"고 웃었다.

그는 "사실 나는 그동안 젊은 감독과 많이 일하고 싶었다. 종종 팬이라며 젊은 감독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듣기도 했는데 그게 항상 말로 끝나더라. 그 바람을 시나리오로 실현시킨 건 변성현 감독이 처음이었다. 변성현 감독의 전작 '킹메이커'도 잘 봤고 설경구를 통해 작업 스타일을 들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다. 변성현 감독이 배우를 가둬두고 작업한다고 하더라. 앵글 상에서 나의 동선을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감독이 정확히 디렉션을 주고 그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처음에는 그 방식이 엄청 답답했다. 사실은 그게 흥미로워서 해보고 싶었는데 첫 촬영 때는 '배우 감정을 이렇게 가둬도 되는 것이냐'며 싸우기도 했다. 초반에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그게 또 새로운 방식이라 신선했다"고 밝혔다.

'길복순' 속 액션에 대해 "첫 액션 때는 신났다기보다는 동작이 연습한 것보다 잘 안돼 속상했다. 황정민은 '도연아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했지만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길복순'이 공개되고 나서 보니 괜찮은 것 같더라. 촬영했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완성본을 보니 꽤 괜찮은 것 같다.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지금은 등 근육이 안 남아있다. 살면서 처음으로 식단 조절을 해봤다. 근육을 만드는데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때는 술을 끊기도 했고 대신 건강해진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다.

'길복순' 스핀오프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 한다. 아무도 안 할 거 같다. 사실 액션 영화는 '길복순'으로 졸업했다고 생각하고 변성현 감독도 액션 영화는 처음 제대로 도전하는 거라 두 번 다시 안 하고 싶다고 하더라. 우리 모두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액션 장르는 졸업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진정한 액션 연기는 '길복순'으로 끝낸 것 같다"고 자신했다.

지난달 5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양희승·여은호 극본, 유제원 연출)의 흥행에 이어 '길복순'의 전 세계적 관심에 대한 고무적인 반응도 털어놨다. 전도연은 "흥행 작두를 탔다고 하는데 새삼스럽다. 원래 작두는 항상 탄다. '길복순'이 원래는 5월 공개였는데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당겨졌다. 사실 '일타 스캔들'도 잘 될 줄 몰랐고 너무 그 여운을 즐길 새 없이 바로 '길복순'으로 왔다. 좀 더 '일타스캔들'의 여운을 즐기고 싶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일타 스캔들' '길복순'에 앞서 '밀양'(07, 이창동 감독)으로 한국 배우 최초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칸의 여왕'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에 전도연은 "'밀양'에서 상을 받고 사람들은 내가 많은 걸 누리게 될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감독들은 내가 진지한 작품을 할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걸 전도연이 하겠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실제로 제안 들어오는 작품들이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만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오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를 깨주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깨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일타 스캔들'도 보고 '길복순'을 보면 나를 생각하는 폭이 조금 넓어진 것 같다"며 "'일타 스캔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걸 보고 싶어 하는지 알았다. 나도 내가 어떤 걸 보고 싶은지 알게 됐다. 내 웃는 모습이 예쁘더라. 요즘에는 어린 팬들이 사인을 받아 가더라. 그동안 내 영화가 청불 영화가 많지 않았나? 내 작품이 청불이 아닌 게 정말 오랜만이기도 하다. 내 딸도 청불 등급 때문에 내 작품을 많이 못 봤는데 '일타 스캔들'은 재미있게 봤다. 딸 친구들이 팬이라면서 사인을 받아 가더라"고 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