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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1→노게임…같은 하늘 아래 엇갈린 희비, KIA 울고 KT 웃었다[수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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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4일 밤하늘. KIA엔 야속했고, KT엔 아름다웠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두 팀. 지난 주말 개막시리즈에서 나란히 1승1패를 거둔 두 팀에겐 반등과 침체의 갈림길에 선 날이었다. 초점은 승리에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KIA는 새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를 앞세웠고, KT는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한 엄상백을 마운드에 세웠다.

잔뜩 찌뿌린 하늘 속에 개시된 승부. 1회초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2사후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쭉 뻗어가던 타구가 갑자기 뚝 떨어지며 단타가 됐다. 1루 외야쪽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의 영향이었다.

이후 조금씩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상황 속에 승부는 계속 흘러갔다. KT는 3회말 2사 1루에서 앤서니 알포드의 우중간 3루타로 선취점을 뽑으면서 리드를 가져갔다.

KT가 먼저 변수를 맞이했다. 3회초 투구를 마친 엄상백이 오른쪽 팔꿈치 불편함을 호소했다. 지난 2일 수원 LG전에 등판한 소형준이 이날 오른쪽 전완근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닥친 또 하나의 악재. KT 이강철 감독에겐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IA는 엄상백이 내려간 4회초 3점을 뽑으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KIA의 4회초 공격이 마무리되자 심판진이 마운드 주변에 모였다. 개시 직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굵어진 가운데 마운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것. KIA 메디나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심판진은 곧 '내려가라'는 수신호를 했고, 경기가 중단됐다. 마운드에만 덮였던 방수포는 곧 내야 전체를 덮는 대형 방수포로 바뀌었다.

강우 콜드 요건인 5회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 KIA 벤치는 펄쩍 뛰었다. 경기 중단 선언 직후 김종국 감독이 벤치 앞으로 걸어나와 심판진에 어필했다. 1승이 아쉬운 시즌 초반, 절호의 찬스를 잡았으나 눈앞에서 '헛수고'로 돌아갈 판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어필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막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경기 중단 43분째가 된 오후 8시44분. 이기중 주심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노게임'을 선언하는 사인. 1, 3루측 관중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경기는 그렇게 '없던 경기'가 됐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