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23년 시즌 개막에 앞서 선수간의 '불필요한 친목 행위 제한'을 발표했다. 5회말 종료 후 클리닝 타임 때 출전 대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제한 이유는 경기 외적으로 발생되는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 조치는 2019년 12월 17일 차의 본 칼럼 '경기중 상대 선수 접촉은 팬들에 대한 배반, 금지해야'에서 필자가 제안한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사람은 모두 다 야구를 아주 잘한다. 승패는 미세한 부분에서 갈린다. 싸움에 대한 개개인의 각오나 의식 차이가 적지 않게 작용한다. 부정적 의식 중 하나가 '그라운드에서 불필요한 친목 행위'다.
승리를 위한 긍정적 의식에 대해 선수가 스스로 표현한 장면이 지난 3월에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있었다.
WBC 결승 일본-미국전을 앞둔 일본 대표팀 미팅에서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가 팀 동료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영상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는 "(미국팀에는)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메이저리거들이 많지만 오늘 하루만 그들을 동경하지 맙시다. 우리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동경하면 넘어갈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 그들에게 향한 동경심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 가자!"라고 말했다. 결국 일본은 결승전에서 3대2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거를 동경하지 맙시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WBC에 출전한 각 팀에는 오타니를 동경 대상으로 본 선수들이 많았다. 오타니는 그런 시선을 느끼면서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내게 동경심이 있다면 나를 넘어설 수 없다"고….
오타니는 WBC 기간동안 경기 전 타격훈련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3월10일의 한일전 때도 그랬다.
당시 필자는 배팅을 하는 오타니가 아닌 3루 파울지역에서 워밍업을 하는 한국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 몇 명은 오타니가 강한 타구를 칠 때마다 감탄하고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타니의 능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 실력을 직접 보고 배우려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전의 한국 대표팀이었다면 웃으며 구경하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야, 표정관리 좀 해라'고 일침을 놓는 선배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싸우려는 자세, 즉 오타니가 말한 "동경하지 맙시다"라는 의미와 같은 말일 것이다.
한국선수의 대부분 오타니의 타격훈련을 직접 보고 있었는데 단 한 명 오타니의 배팅이 끝난 후 라커룸에서 그라운드로 걸어나온 선수가 있었다. 4번타자 박병호(KT 위즈) 였다. 그는 배트를 들고 무서울 정도의 굳은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때의 박병호에게서는 강한 승부욕이나 각오가 느껴졌다.
요즘의 야구계는 구단 유튜브 채널이나 SNS, 팬 이벤트 등에서 선수의 여러 표정을 볼 수 있다. 팬들은 이런 모습들을 통해 좋아하는 선수들에 대한 친숙함을 느낀다. 아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KBO의 '불필요한 친목 행위 제한'은 다른 이야기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문제다.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싸우는 자세를 보이자"는 의식은 프로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리그의 레벨 향상과 무관한 일이 아닐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