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K팝, K드라마, K웹툰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면서, 문화예술저작권 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음악과 영상을 포함한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억 4000만 달러, 하반기에는 4억 6000만 달러 흑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문화예술저작권은 2020년(1억 7000만 달러), 2021년 (4억 1000만 달러)에 이어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게 됐다. 2021년 대비, 흑자가 1억 9000만 달러 늘어나 눈길을 끈다.
특히 국가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를 보면, 작년 우리 문화예술저작권이 일본에서 강세를 보였다. 주요국 가운데 일본에서 2억 3000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또 중국에서 8000만 달러, 미국에서 5000만 달러 등 흑자를 냈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국제 거래 현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통계로, 모든 유형의 지식재산권 매매와 사용거래를 포괄한다. 이중 음악, 영상 저작권은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뮤지컬 등 방영, 복제, 배포 등에 대한 독점배타권 권리를 뜻한다.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것에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먼저 가요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 빗장이 풀린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대형 K팝 스타들의 해외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경상 수지의 흑자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에 해외 투어가 더 확대돼,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출액이 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본에서 가장 많이 흑자를 낸 것 역시, 일본 투어 규모가 확장됐다는 점이 거론된다. 실제 지난해 NCT 127, 세븐틴이 일본에서 첫 돔투어를 열었고,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레저, 케플러 등도 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하는 아레나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음반 수출액도 여기에 한몫했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2억 33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5.6%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아울러 음반 수출액 비중이 일본, 중국, 미국 세 나라에서 75%를 넘어선 것으로 보아, 문화예술저작권 흑자 주요국이 일본, 중국, 미국인 점도 미루어 짐작된다.
K-드라마도 다양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타고 글로벌 인기 순항 중이다. 지난해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021년 글로벌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한 '오징어 게임'와 달리, 한국 제작사가 IP를 가지고 있어 한류 수지 흑자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사랑의 불시착'도 현지 시장 수출에 도움이 됐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더 글로리', '피지컬:100', 디즈니+ '형사록', '더 존', '카지노' 등도 K-콘텐츠 붐에 힘을 보탰다. '더 글로리'는 올해 초 파트2가 공개되면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영어권과 비영어권 가리지 않고 글로벌 1위에 올라, 2023년 K-콘텐츠 수출액을 기대케 한다.
K-웹툰의 빠른 성장도 문화예술저작권 흑자 확대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웹툰 원작이 새 한류 콘텐츠가 됐고, 이 IP를 다양한 미디어로 활용한 2차 생산물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IP 도약의 발판도 마련,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작한 바다.
네이버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플랫폼 확보전에 나섰고,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하며 웹툰과 웹 만화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카카오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우시아월드'를 각각 인수하고, 프랑스에서 '픽코마 유럽' 서비스를 시작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저작권 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세웠지만, 국내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3억 3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의 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K팝, K드라마, K웹툰이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저작권이 경제 침체 속 'K-수출의 구원투수'나 다름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 글로벌 기업들의 K-드라마에 대한 수요, 웹툰 플랫폼의 글로벌 시장 확대 등으로 당분간 우리 문화예술저작권 흑자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법적인 제도 마련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근 '콘텐츠 수출대책회의'에서 "음악업계를 시작으로 향후 게임, 방송, 웹툰 등 장르별로 수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해 K-콘텐츠가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