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국 야구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게 공식 통계로도 드러났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29일 발표한 남자야구 세계 랭킹에서 한국은 4049점으로 일본, 미국, 멕시코, 대만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번 순위는 지난 22일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을 포함해 최근 4년 동안 열린 국제대회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 WBC에서 2승2패로 B조 3위에 머물러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세계 톱클래스 국가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현실을 확인한 채 조용히 도쿄를 떠났다.
한국의 랭킹은 2021년 8월 11일 발표 때 2위까지 올랐다. 도쿄올림픽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해 동메달 획득에 실패한 직후였다. 그해 12월 31일 3위로 떨어진 한국은 지난해 12월 31일 4위로 한 계단 더 내려가더니 이번에 5위까지 추락했다.
WBSC 랭킹에서 한국 야구는 주로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를 지켰다. 그런데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건 투타에 걸쳐 실력이 답보 상태라는 걸 잘 보여준다.
메이저리그들이 참가하지 않는 아마추어 대회들이 주요 평가 대상이라 WBSC 순위에서 그나마 5위에 자리한 것 뿐이지, WBC에서 드러난 객관적 실력을 놓고 보면 세계 랭킹의 허상이 드러난다.
이번 WBC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7대8로 역전패를 당했다. 조 1,2위에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사실상 놓친 경기였다. 투수들의 구속과 제구력, 타자들의 집중력 및 임기응변 부족이 호주, 일본과 대조를 이뤘다. 최정예 전력으로 나온 일본에는 콜드게임패를 겨우 면했다.
2006년 시작된 WBC 통산 성적에서 한국은 17승9패(0.654)로 도미니카공화국(20승8패, 0.714), 일본(29승8패, 0.784), 푸에르토리코(23승11패, 0.676)에 이어 4위다. 여전히 높은 순위다.
그러나 2013년, 2017년, 2023년 최근 3개 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5승5패로 쿠바(9승9패), 멕시코(6승6패)와 공동 6위로 밀린다. 또한 3개 대회에 모두 참가한 14개국 가운데 합산 팀 평균자책점은 4.98로 8위, 팀 타율은 0.292로 1위로 나타난다.
팀 타율의 경우 이번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 사실상 결정된 뒤 가진 약체 체코 및 중국전에서 몰아친 덕분이지 큰 의미는 없다. 무엇보다 투수력에서 세계 수준과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WBC에서 한국은 제구와 구속 모두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 20개국 가운데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64마일로 16위, WHIP는 1.42로 9위였다. 4경기에서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은 7.55로 패스트볼 구속 순위와 같은 16위였다.
일본은 패스트볼 구속(95.38마일) 2위, WHIP(0.87) 1위, 미국은 패스트볼 구속(92.42마일) 9위, WHIP(1.32) 5위였다.
일본은 이번 랭킹에서 4179점으로 또다시 1위에 올랐다. 2014년 12월 31일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일본은 최근 3개 WBC 합산 팀 타율(0.291)과 팀 평균자책점(3.05)이 각각 3위, 2위였다. 일본 야구가 세계 최정상급임이 다시 확인되는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