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마야구 선수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높아진 소득 수준,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우수한 재능을 가진 유소년 선수 발굴과 육성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 야구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십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던 이 지적은 최근 국제 대회에서의 잇단 부진 속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줄어든 '야구소년' 문제를 단순히 사회상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돈'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입부 시 지급되는 유니폼은 차치하더라도 스파이크, 글러브, 배트, 보호장비 등 다양한 지출이 소요된다. 취미용과 달리 선수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성상 장비의 질도 높고, 고가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 중 나무로 제작하는 배트는 스윗 스팟에 제대로 공을 맞히지 못해 부러지면 다시 구매해야 하기에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선수를 뒷바라지 하는 부모 입장에선 쉽게 말해 '힘들고 불확실하면서 돈까지 많이 깨지는' 야구를 자녀에게 선뜻 권하기 어렵다.
아마야구 장비 수급 사정은 제각각. 학교 차원에서 단체로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개별구매에 맞춰져 있다. 학원 선수용 나무 배트의 경우 10만원이 훌쩍 넘고, 미국-일본제 유명 제품은 20만원 이상이다. 아마추어 야구 배트 시장 규모는 40~5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고교팀에 몸담았던 아마추어 야구 전문가는 "재능 있는 타자라면 나무배트를 쓰든, 알루미늄 배트를 쓰든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굳이 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알루미늄 배트"라며 "나무 배트는 일단 비싸다. 학생, 즉 학부모가 부담을 해야 하는 데, 학생들이 쓰는 나무배트 한 자루도 10만원은 우습게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선수들이 배트가 부러지는 게 부담스러워 스윙을 제대로 못한다. 콘택트 타격을 해야 할 때 두드러진다"며 "나무배트 활용은 경제적인 부분이 생각보다 크다. 학생, 학부모에겐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체격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공을 제대로 맞히는 타자가 없다. 알루미늄 배트보다 반발력이 적은 나무배트로 공을 띄우려고 힘만 앞세우는 타자가 대부분"이라며 "공을 제대로 맞힐 줄 안다면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기 위해선 하체를 활용한 기본기 훈련을 잘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알루미늄 배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알루미늄 배트의 높은 반발력이 '거품'을 만들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미국-일본처럼 알루미늄 배트의 반발력을 제한한다면 나무배트와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실패 뒤 아마 야구에서 나무 배트 대신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 년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여전히 아마 현장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젠 단순히 나무-알루미늄의 문제가 아닌, 야구 저변 확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진입장벽을 낮춰 우수 선수 풀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알루미늄 배트 활용은 심도 있게 고심해 볼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