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반란의 우승? 준비된 우승.'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시즌 개막 이전만 하더라도 안양 KGC의 우승을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개막 미디어데이 10개 구단 감독의 우승 후보 예측에서도 KGC는 한 표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KGC는 주변에 보란듯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것도 극히 드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리그 시작부터 우승 확정까지 줄곧 1위를 수성한 '와이어 투 와이어'는 26년 KBL 리그 역사에서 이번이 세 번째다. 종전에 2011~2012시즌 원주 동부(현 DB),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가 무결점 우승을 맛봤다.
'그 힘든 일'을 해낸 데에는 그럴 만한 비결이 있었다. 예상을 뒤엎은 반란 우승이 아니라 준비된 우승이었던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KGC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은 1라운드가 끝날 즈음 KGC의 우승을 일찌감치 예감했다. "지금 KGC 멤버들은 자기들끼리 놔둬도 알아서 하는 수준이다. 감독이 손대지 않아도 될 정도다."
김 감독의 진단대로 KGC 주축 선수들은 '우승 DNA'에 농익은 상태였다. 2011∼2012시즌부터 세 차례 챔피언 등극과 한 차례 챔프전을 경험하는 동안 양희종 오세근(챔피언 2회), 문성곤(챔피언 2회) 변준형(챔피언 1회) 등이 중심에 있었다. 특히 6년차 가드 변준형은 챔프전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절정기에 올랐고 베테랑 선배들의 노련미와 화학적 결합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른바 '풀어놔도 알아서 놀 줄 아는' 최적의 조직력을 갖추게 된 것. KGC가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며 승승장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를 갖고 있더라도 적재적소에 써먹지 못하면 '그림의 떡'인 법. 큰 부상 이탈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견뎌온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비결이다. 행운이기도 하지만 선수관리에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핵심 용병 오마리 스펠맨이 이달 초 동아시아슈퍼리그 이후 부상으로 잠깐 빠지자 시즌 최대 위기를 만나며 우승 확정이 늦어졌던 사실을 보면 그동안 '무탈 시즌'을 달려온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선수 관리 성공은 김상식 신임 감독의 '포용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별로 하는 게 없어요. 자주 소통하며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쉬라고 해도 자꾸 나와서 개인훈련 하는 바람에 강제 휴식을 주기도 합니다." 김 감독이 '잘 나가는 비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과거 프로 지도자로서 겪은 아픔이 되레 '약'이 됐고, 국가대표 감독으로 다양한 국내 최고 선수들을 지휘한 경험을 '보충제' 삼아 '수'가 높아진 김 감독은 '밀당'의 전문가로 변신, 복귀 첫 시즌 만에 '대박'을 쳤다.
김 감독은 겉으론 유약해 보일 정도로 온순한 리더십이지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이다. 선수 훈련엔 자율을 강조하지만 최승태 조성민 코치의 공격-수비 역할 분담 관리와 코트에서 '어떻게든 이기고 말겠다'는 '수싸움'에는 냉정하다.
여기에 꼭 빼놓을 수 없는 비결, 전성현의 공백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전성현은 올시즌 고양 캐롯에서 KBL 리그 역대급 슈터로 우뚝 올라섰다. 시즌 개막 전 KGC가 우승 후보에서 제외된 가장 큰 이유도 전성현의 FA(자유계약선수) 이탈이었다. 하지만 KGC는 그 공백을 식스맨으로 단단히 메웠다. 그 중심에 배병준이 있다. 배병준은 전성현을 대신할 자원으로 기대를 받으며 주전급으로 변신,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개인기록에서도 프로 11년차 만에 '커리어하이'를 그리며 접을 뻔했던 농구인생을 새로 작성하는 중이다. 외곽슛을 포함한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도 프로 생활 최고의 기록을 쓴 배병준의 성장이 있었기에 KGC는 전성현 없어도 버틸 수 있는 내공을 길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